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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기독교가 좌우로 나뉜 이유 … 수단이 계속 굶주리는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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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 뉴욕 유니언스퀘어에서 열린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규탄 시위. 이 책의 저자들은 서구에 대한 이슬람의 테러 역시 문화권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 ‘자아’가 부딪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중앙포토]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
헤이즐 로즈 마커스·
앨래나 코너 지음
박세연 옮김, 흐름출판
464쪽, 1만9000원

막스 베버가 개신교 윤리로 자본주의의 기원을 해독해낸 것처럼, 사회과학자의 꿈은 딱 한가지 변수로 모든 것 아니면 적어도 아주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는 ‘독립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문화’냐 아니면 ‘공동체를 중시하는 의존주의적 문화냐’는 문화 정체성 변수 한 가지로 인간 사회의 주요 갑을 관계, 갈등 그리고 또 차이를 설명한다. 다음과 같은 대조적인 짝들이다. 동양과 서양, 선진국과 후진국,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 백인과 유색인, 우파 그리스도교와 좌파 그리스도교 등이다.

 독자들께 그 중 한 가지 사례를 미리 살짝 보여드리겠다. 메인라인(mainline)이라 불리는 미국의 좌파 그리스도교(감리교·루터교·장로교·침례교·성공회)는 개인주의가 모토다. 거듭남의 체험을 중시하며 축자영감설(성서는 하느님의 영감을 기록했다는 설)을 지지하는 미국 보수파 그리스도교인들(남침례교, 하나님의 성회, 오순절 교회 소속)은 공동체 생활을 중시한다. 이 차이가 정치적 차이까지 낳는다. 메인라인 교인들은 민주당, 보수파 교인들은 공화당을 지지한다. 낙태·동성애·기후변화에 대한 생각도 극명하게 양분된다.

 이 책은 그런 굵은 차이뿐만 아니라 사소한 차이도 ‘말이 되게’ 분석한다. 예컨대 ‘미국의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왜 대체로 날씬한데 중서부 사람들은 풍채가 좋을까’ ‘미국 중서부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가면 이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북반구의 부자 나라들이 수단에 아무리 식량을 많이 지원해도 수단 사람들이 계속 굶주리는 원인은 뭘까’ 같은 의문에도 대답한다.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이 책의 저자들(헤이즐 로즈 마커스, 앨래나 코너 스탠퍼드대 교수)은 책의 초장(初章)에 다음과 같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떤 유형의 사람이 21세기에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풍족하게 살 수 있을까.” 저자들의 답은 이것이다. 상기한 두 가지 문화 정체성이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뜨거운 토론을 부르는 수많은 주장을 선사한다. 학자들 말도 사실 다 믿을 것은 아니다. 학자들의 거짓말이나 허풍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사랑할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를 알려주면 당신이 누군지를 알아맞히겠다”라는 말만큼 이 책은 우리의 정체성으로 모든 충돌의 양상을 과감하게 설파한다. 과연 그럴까. 궁금하다면 『우리는 왜 충돌하는가』를 읽어 보시라. ‘집단 내 차이와 집단 간 차이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갈등을 유발할까’라는 학술 과제에 새로운 결론을 제시하려는 학자들도 이 책에 관심을 가져보시라.

 한데 문화란 무엇일까. 문화인류학자들이 정의한 문화는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책은 문화의 그토록 다양한 모습을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가공해 선사한다. ‘문화로부터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픈 독자들에게도 ‘강추’다. 이 책은 고려대 철학과 출신인 박세연 ‘번역인(파주 출판단지 번역가 모임)’ 공동 대표가 번역했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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