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교수의 보석상자] 에메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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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주석(베릴)이라는 광물은 에메랄드.아쿠아마린.모가나이트.헬리오더 등 다양한 색깔의 보석으로 산출된다. 그러나 녹주석의 꽃은 역시 에메랄드다. 에메랄드 광산은 이집트에서 이미 기원전 3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클레오파트라의 광산은 기록에도 남아있다. 홍해 주변에 위치한 이 광산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에메랄드가 채진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집트의 에메랄드 공급의 독점권(?)은 16세기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고대 로마에서도 사랑과 미의 여신인 비너스 색깔로 간주됐으며 자연이 갖는 재생력을 상징했다. 이슬람교에서도 이 녹색은 성스러운 색으로 간주됐으며 아랍국가들이 녹색을 좋아하는 이유가 됐다. 에메랄드는 남아메리카의 잉카와 아즈텍 문명권에서도 성스러운 보석으로 사용됐다. 흔히 에메랄드가 동양에서 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집트에서 채진된 후에는 남미 콜롬비아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요즘에는 콜롬비아 외에도 브라질.잠비아.러시아 등에서도 산출된다.

에메랄드는 녹색의 투명광물로 이름 자체도 녹색의 보석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에메랄드의 맑고 투명한 녹색은 생명의 색, 영원히 계속되는 봄의 색으로 인식돼 왔으며 영원한 사랑의 상징, 자연에 대한 사랑, 생명의 환희를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다. 에메랄드는 다른 보석에 비해 내포물이나 열극 등 결함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지고 있으나 색이 워낙 뛰어나 약간의 결점은 보석의 가치에 그다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내포물이나 열극이 없는 진한 녹색의 투명한 최상품 에메랄드는 다이아몬드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에메랄드를 포함한 유색 보석의 경우 알의 크기가 조금은 커야 그 보석이 갖는 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에메랄드의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해 아마유나 야자유에 담가 가열 처리를 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와 관계된 일화가 있다. 한때 유럽에서는 애인이 생기면 에메랄드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상류 계층에 한정되겠지만 보석의 색이 변하지 않는 한 내 사랑도 변함이 없다는 징표로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잘못 처리된 에메랄드를 선물하면 그 색상이 변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사랑의 맹세가 변화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얘기가 우스개만은 아니다. 신용 있는 보석상에서 구입한다면 이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hsm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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