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고충 상담 나선 권영진 대구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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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8일 대구 엑스코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기업인들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산업용 섬유 제조업체인 ㈜한국이엔티 김상운(56) 대표는 요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다이텍연구원 등과 신제품을 개발할 기회를 잡아서다. 그가 만들려는 것은 ‘방사능 차폐 백(bag)’.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담아 처리할 수 있는 포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진전이 없었다.

 고민을 덜어준 것은 기업애로해결박람회였다. 그와 상담한 연구기관들이 공동연구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김 대표는 “차폐 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방사선을 제대로 차단하면서 무거운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며 “지역에 원전이 많고 섬유업이 발달한 만큼 이를 만들면 수출길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27, 28일 열린 기업애로해결박람회가 기업인의 고민 해소에 한몫했다. 기업체 관계자와 이들의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기관·단체가 한자리에서 만난 행사로 대구시가 전국 처음으로 마련했다.

 행사장에선 1000여 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금융 지원 분야가 26%로 가장 많았다. 판로 개척, 공장용지 확보, 인력 관리 등 노사관계가 뒤를 이었다. 연구개발(R&D) 지원이나 산학협력을 원하는 기업은 전문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관련 연구소와 연결시켰다. 인력관리나 세무·회계 관련 분야는 노무사·세무사·회계사가 궁금증을 풀어줬다.

  렌즈 클리너를 만드는 ㈜CMA글로벌 김영선(41) 대표는 “수출시장 개척에서 자금 지원 정책까지 한 곳에서 궁금한 모든 분야를 파악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박인규 대구은행장 등도 상담 부스에 앉았다. 실무진이 판단할 수 없는 정책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권 시장은 대구국가산업단지 2단계 사업 때 금형·주조 등 뿌리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단지를 조성해 달라는 대구금형조합 김현수 이사장의 요청에 “그렇게 하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성서산업단지에 근로자 공용 기숙사를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박람회에는 62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한국기계연구원·한국로봇산업진흥원·한국무역협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대구지방변호사회·대구신용보증재단 등 기업 지원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서울·부산 등 타 지역 기업 관계자 200여 명을 포함해 모두 2000여 명이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권 시장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박람회를 열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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