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현실과 주택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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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처럼 희망적(?)인 기사를 한번 써봤다.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92·4%가 20평미만의 주거면적에 살고 있고 가구당평균 주택면적은 13·7평이고…』
13평짜리 서민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가 평균치에서 떨어지지 않는 집에서 살고있음을 위로해 준셈이었고 스물서너평짜리 아파트만해도 제법 뽑내도 될만한 근거숫자를 소개해준 셈이니까.
주택센서스 분석결과에 대해 사실 담당관리들도 이처럼 비좁게 살고있는 우리의 주거현실에 대해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어쨌든 이같은 통계자료는 정부가 앞으로 펴나갈 주택공급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먼저 손대야할 일은 정부가「국민주택규모」 25·7평을 뜯어 고치는 일이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건평이 그이하인 경우에는 세금도 깎아주고 주택융자도 알선해주는 기준이다.
이 25·7평은 전용면적 기준이므로 일반아파트의 경우33∼34평짜리를 말한다.
주택센서스 결과와 비교해 볼때 호화주택급에 든다.
물론 집이야 좁은것 보다 넓은것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럴 형편이 못되는데 비현실적으로 넓은 아파트를 보급기준으로 삼는것이 문제다. 경제대국이라는 일본도 20평만 넘으면 「맨 션」칭호를 붙힌다 한다.
정부관계자들도 최근 25·7평의 국민주택규모 기준을 최소한 15평정도까지는 낮춰야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
형편이 넉넉하여 제돈 가지고 큰집짓는것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앞서의 끔찍한(? )주거현실을 감안할때 정부가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큰집짓기를 장려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난처한 일이 아닌가. 3년전에 서민주택 보급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며 내놓았던 복지주택부금 (주택은행의 중장기주택부금)이라는것도 실제 혜택을 본 대상은 거의가 큰집에서 더큰집으로 늘려가는 경우였지 무주택자에 대한 내집마련대책이라는 당초 약속은 그야말로 「허위·과장광고」였다.
나중에 돈이 안나가자 융자대상을 전용면적기준 25·7평에서 30평으로 올리기까지 했었다. 13평짜리 소형아파트 같은 경우는 담보상의 하자를 들어 융자를 거부당했고 이에따라 무더기 해약사태를 빚기도했다.
정책들이 뿌리가 없다는 말들을 많이 듣는데 이번 주택센서스 결과를 보면 주택정책이야말로 그 전형이다. 어찌보면 현실과 거꾸로 가고 있는셈이다.
정책방향과 현실의 괴리가 이래서야 어찌 정책의 신뢰를 국민들로부터 기대할수 있겠는가.<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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