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예산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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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도 예산을 금년수준으로 동결시키기로한 정부의 예산편성 기본방향은 이미 밝혔던 정책방향을 재확인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강력한 긴축재정을 계속하여 안정기반을 다지면서 건전재정의 기틀을 다져나가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그에따라 정부는 구체적인 예산편성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의 세출은 방위비를 GNP의 6%수준으로 책정하는것과 인건비의 호봉승급, 법관·교원의 증원등에 따른 자연증가외에는 일체 증액을 인정치않고 있다. 세입무문에서는 증수가 예상되는 8천억원 가량의 세수로 금년도 국채발행액 3천4백67억원을 상쇄하고도 4천억∼5천억원의 흑자가 날것으로 전망, 이를 모두 재정적자 상환에 전용키로 하고있다.
올해예산을 작년보다 8%증가로 억제한데 뒤이은 84년 예산편성 방향은 정부의 경제안정 기조를 다시금 확인한다는데 뜻이 있다.
흑자예산의 편성은 정부의 물가안정과 외채부담의 압력을 저지하려는 의사가 반영된것으로 평가할수가 있다. 정부주도에 의한 경제개발 필요에 쫓겨 물가상승률과 동행 또는 상회하는 규모로 예산이 짜여졌던 종래의 관성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과정에 들어가고 있는것이다.
사실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는 의도적인 재정인플레이션이 일종의 필요악으로 인정되었던것을 부인할수는 없다. 그러나 재정인플레이션의 만성화로 국가채무 누계가 약15조원선에 육박하고 있는것은 재정운용 자체를 압박하는것은 물론, 전반적인 경제정책운용을 제약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흑자예산으로 재정적자를 줄여나감으로써 재정팽창으로 인한 금융정책에의 주름살을 줄여나가는것이 현명하다.
긴축재정이 공공부문에서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게 할것은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
정부각부처의 예산요구액이 올해보다 23·6%가 늘어난 것에서 알수있듯이 세출증가 요인은 많고, 삭감할 여유는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긴축예산을 지지하는 것은 올해 물가가 안정될 경우, 물가상승에서 오는 세출증가 압력이 없어지게되고, 재정투융자의 효율적 배분이 다시 물가안정에 기여할수 있게 되기때문이다. 그리고 예산동결에 따른 조세부담의 완화는 민간부문의 저축과 소비증대를 유발하여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는 곧 내년부터 경기상승에서 오는 조세의 자연증수를 결과, 바람직한 재정정책을 유도해낸다.
재정운용에 여유가 있게되고 그러면 재정적자의 점진적인 상환, 경기상승에 상응한 재정규모의 확대가 차츰 정착하게도 된다.
재정운용 방식의 전환이 가져오는 고통은 일시적이지만 그 이후의 효과는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모든 공공부문은 재정정책의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정부는 투 융자 사업의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정책금융 기관및 국영업체에의 출자를 원칙적으로 배제할 방침으로 있다.
공기업이라해도 경영합리화로 자금조성을 해야할 처지에 이르고 있는셈이다.
이에 대응치 못한다면 공기업의 존립기반이 무너진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
긴축예산은 필연적으로 공공투융자의 상당한 몫을 민간부문에 이양하게한다.
정부도 재정운용 방식의 전환을 계기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추진해야한다.
비효율적인 부문의 제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것이다.
긴축예산, 흑자예산은 여러모로 경제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시발점이라눈데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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