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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음악성과 개성지녀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6월28일부터 7월11일까지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열린 제9회 비엔나다모타 국제피아노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귀국했다
포르투갈출신으로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으며 작곡가이고 지휘자였던「주제·비엔나·다·모타」(1868∼1948)를 기념하기위해 57년에 시작된 것이 이 콩쿠르.
28일 리스본에 도착한후 그날밤 대통령관저로의 초대등에서 나는 겨우 이 콩쿠르가 포르투갈정부가 거국적으로 지원하고있는 세계 10대 피아노콩쿠르중 하나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날은 세계 26개국에서 온 60명의 지원자들이 심사위원 입회하에 연주순서를 추첨했다.
심사위원은 나까지 모두 14개국에서온 총 18명이었다.
동양인은 일본의 음악평론가「도오야마」(봉산일항)씨와 나 2명이었다
그중에는 파리 국립음악원 「치콜리너」교수, 이탈리아의 대표적 여류피아니스트「마리아·티포」, 모스크바음악원「도렌스커 」교수등 대부분이「차이코프스키 」「제네바」「뮌헨」「부조니」「쇼팽」등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들이었다.
지난 8회까지의 심사위원 명단에는「미켈란젤리」,「니키타·마갈로프」,「프리드리히·굴다」등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모든 연주와 심사는 일반에게 공개되어졌고 무대에는 강렬한 조명아래 베이히슈타인과 스타인웨이 2개의 연주회용 피아노가 마련되어 연주자가 적성에 맞게 고르도록 배려되어 있었다.
3일간의 1차예선을 거쳐 2차예선을 통과한 지원자는 13명 그중 다시 6명을뽑아 본선에 진출시켰다.
본선진출자는 4일동안독주회,「레온·프라이셔」가지휘하는 굴뱅키안 오키스트러와의 모차르트 협주곡 연주회,「네슐링」지휘의 국립오키스트러와 낭만파 협주곡 연주회등을 거쳐야하는 숨막히는 스케줄이었다
심사결과는 1등없는 2등에 올해19세인 프랑스의 「보화르」가 차지했다.
테크닉은 말할것도없고 뛰어난 음악성에 무르익은 연주였으나 심사위원들은 아직 성숙함이 미흡하다고 2등을 주었다
이번 콩쿠르에서 매우 자랑스러웠던것은 현재 뮌헨대에 유학중인 이혜경양이 참가하여 바하특별상을 받은 사실이었다(11면기사참조)
15일간 계속된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것은 내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했다.
우선 오늘날 연주자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것은 뛰어난 음악성과 개성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완벽한 테크닉은 당연히 갖춰야할 기본이었다.
강인한 정신력과 건강 또한 필수였다
다음은 한국 창작음악 문제다.
현재권위있는 국제콩쿠르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 콩쿠르도 참가자는 예선에서 반드시 자기나라의 창작곡을1곡씩 연주해야한다.
이양은 김정길씨의 곡을 연주해 갈채를받았지만프랑스의「드비시」『라엘」등에 버금가는 피아노특성을 최대로살린 더많은 곡이 창작되어야겠다는 것을 절감했다
세번째는 한국음악교육의 국제수준화에의 요구다.
일본참가자 가운데는 일본에서만 교육받고 2차예선을 통과한 경우가있어 놀라왔고부러웠다.
마지막으로는 교수직과 피아니스트를 겸하고있는 내자신의 아직까지의게으름에대한 뼈저린 반성이다.
매일 8∼9시간씩 계속되는 고된심사기간중에도 「티포」,「엘슨·프레이레」,「바인·바움」등 심사위원들은 짧은 점심후의 휴식시간에도 시간을 쪼개 연습에 몰두하는것을 보고 큰감명과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거의 40∼50대가 넘은 그 유명한 연주가들의 집념과 정열에 부끄럽기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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