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둔다는 장관…달래는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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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 책임져라"

"책임지고 사표 낼것"

"너무 경솔 취소하라"

"취소 못해"

물류대란에 대한 건교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최종찬(崔鍾璨) 건교부 장관의 사의 표명 해프닝으로 번졌다. 15일 국회 건교위에서다.

이날 의원들은 건교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호된 추궁을 했다. 물류대란이 벌어지기 전 운송노조 측이 "함께 대책을 논의하자"며 건교부 측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으나 건교부가 이를 거부했던 점을 질책했다.

한나라당 윤두환(尹斗煥)의원은 부실 대응의 증거라며 운송노조와 건교부 간에 오간 다섯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지난 3월 운송노조 측에서 "화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아무런 회답이 없어 보름 후 불참에 유감을 표하며 장관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

건교부 측은 이 같은 항의 공문이 오자 다음날 "장관 업무가 많다"는 답장을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이에 운송노조 측은 ▶지입제 폐지▶다단계 알선관행 근절▶면허제 추진 등 8개 요구사항을 담은 '대정부 요구서'를 다시 건교부에 보냈다. 이를 받은 건교부는 지난달 12일 "근거 부족" 등을 이유로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회신했다.

이번 노정 협상에서 정부는 이들 요구사항을 거의 받아들였다. 尹의원은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이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님이 확인됐다"며 "건교부가 전향적으로 사안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건교부는 "관련서류를 제출해 달라"는 尹의원의 요구에도 운송노조 측 대정부 요구서만을 제출한 뒤 실무자가 "오간 문서가 한건뿐"이라고 답변했다가 "국회에서도 거짓말이냐"며 질책을 당했다.

여기에 민주당 이윤수(李允洙)의원도 "화물연대는 단체행동 가능성을 여러 차례 예고한 바 있었다"며 "이를 무시해 발생한 국가 물류마비 사태에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공격했다.

여야를 막론한 추궁이 이어지자 회의 초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던 崔장관은 결국 "책임진다는 게 무슨 뜻이냐"(한나라당 曺正茂의원)는 질문이 나오자 "사표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발언에 의원들이 당황한 표정이 됐다. 자민련 송광호(宋光浩)의원은 "2월에 부임하고 사표를 내겠다는 건 좀 경솔하지 않느냐"며 "사사건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장관이 책임진다면 장관이 매번 바뀌어야 하느냐"고 만류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신영국(申榮國)건교위원장도 "의원들이 거취 문제까지 말한 게 아니니 신중히 생각하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崔장관은 "취소할 생각이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파문은 청와대가 나서 "사표 내도 안받는다"고 정리하면서 일단락됐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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