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 이제 걸음마 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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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 바람을 선도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내년 초 상장을 계기로 '제2의 성장'를 모색하고 있다. 미래에셋 최현만(44.사진) 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2월을 목표로 상장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공개를 계기로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6월 인수한 미래에셋생명(옛 SK생명)이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시장을 발판으로 수년 내에 미래에셋 계열을 이끄는 주력 투자회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 계열의 창업 공신으로 2000년 1월 미래에셋증권 설립 이래 대표를 맡아 온 전문경영인이다. 신생 증권사의 한계를 딛고 5년여 만에 위탁매매 점유율로는 업계 6~7위권, 올 들어 코스닥 기업공개(IPO) 실적 1위 등 각 분야에서 돋보이는 실적을 일궈내고 있다.

최 사장은 "현재 국내 산업을 선도하는 반도체.조선.철강업계는 초기부터 해외로 나가 경쟁하며 힘을 키웠다"며 "국내 금융산업도 해외로 나가 중국.동유럽.베트남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개척할 때"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현재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데, 유럽 진출을 추가 모색 중이다.

최 사장은 또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업계에서 주식형 펀드 설정 잔액이 가장 큰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며 "자산관리 시장은 수수료 경쟁으로 이윤이 박한 위탁매매 시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블루 오션'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실제 미래에셋은 올 들어 간접투자 붐을 타고 급속히 불어난 주식형 펀드 자금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0월 13일 현재 미래에셋 계열 3개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4조698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3조530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말 이후 44개 국내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 수탁액 증가 규모가 10조108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신규 자금의 3분의 1 이상을 미래에셋이 흡수한 셈이다.

최 사장은 덩치가 너무 커져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수한 직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보다 신중하고 투명한 운용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미래에셋생명의 성장성에도 기대를 걸었다. "전체 보험의 절반 이상이 변액보험인 미국을 볼 때 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자산 운용에서 얻은 명성을 활용하면 미래에셋생명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출범 당시 위탁 수수료를 업계 평균의 3분의 1 정도로 확 낮추며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최 사장은 비슷한 승부수를 펀드 판매 수수료에도 던질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아직 국내 펀드 판매 시장은 초기 단계에 불과해 판매 수수료와 보수를 낮출 여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교육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에셋은 투자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어린이 경제교육을 포함한 연 200회 이상의 강연회를 여는 등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최 사장의 말이다.

최 사장은 증시 전망에 대해 "최근 상승 흐름은 일시적.투기적인 것이 아니다"며 "조만간 현재의 1200포인트 선을 '바닥'으로 공감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승녕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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