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부 쉬워요 틴틴경제] 단독주택 난방비가 아파트보다 더 비싸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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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유 가격이 많이 오른 데 비해 가스값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 그렇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세금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아파트에 사는 친구집보다 기름 보일러를 때는 우리집 난방비가 왜 비싼지 찬찬히 살펴보도록 할까요.

아파트에서 주로 쓰이는 연료는 도시가스, 즉 액화천연가스(LNG)입니다. 한국가스공사라는 공기업이 외국에서 수입해 각 도시가스 업자들에게 공급하지요. 그런데 농촌 지역이나 높은 곳에 있는 단독주택 지역은 도시가스관을 깔 수가 없기 때문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곳이 많아요. 이런 곳에서는 할 수 없이 등유를 씁니다.

등유는 기름보일러나 석유난로를 땔 때 쓰는 연료예요. 등유는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연료로 주유소에서 팔지요.

정부는 세금 확보와 에너지 과소비 막기,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차에 넣는 휘발유와 경유, 난방할 때 쓰는 등유와 LNG 등에 세금을 붙입니다. 정부는 '에너지 세제 개편안'을 만들면서 등유 세금을 경유 세금이 올라가는 대로 따라 올라가게 해 놓았습니다.

난방용으로 쓰는 등유와 차에 넣는 경유의 성분이 비슷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난방용이라고 해서 세금이 싸면 등유를 경유로 속여 팔거나 경유 대신 등유를 사서 쓰는 일이 늘어난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정부가 거둬야할 세금이 새 나가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등유 세금을 비싸게 매겨 경유와 가격을 비슷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등유에 붙는 세금은 종류도 많답니다. 특별소비세.교육세.판매부과금.부가가치세 등이 붙습니다. 도시가스에는 붙지 않는 교육세와 판매부과금이 등유에 붙어요. 이렇게 해서 등유에 붙는 세금 총액은 올 7월을 기준으로 할 때 ℓ당 281.4원으로 최근 5년 새 두 배가 늘었어요. 같은 열량을 내는 LNG와 비교하면 6.7배나 많습니다. 세금도 오르고 국제 원유가격도 오르는 바람에 등유의 소비자 가격도 2000년 7월 휘발유의 40% 수준에서 지금은 62%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등유 세금이 싼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등유 소비자 가격은 이들 국가보다 18~43%나 비쌉니다. 우리는 일본보다 30%나 비쌉니다. 가구당 한 달 평균 난방비를 보면 도시가스를 쓰는 집은 13만원 정도를 내는 데 비해 등유를 쓰는 집은 22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합니다.

특히 동 지역보다는 읍 지역, 도시 보다는 농촌에서 등유를 쓰는 사람이 많아 난방비를 더 많이 내야 합니다.

이를 두고 '소득의 역진성'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소득의 역진성이란 소득이 낮은 사람이 거꾸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 못 사는 사람이 더 못 살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비난이 일자 정부는 지난 7월 ℓ당 154원에서 178원으로 올리려던 등유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지금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어요. 그 대신 LNG 세금을 ㎏당 40원에서 60원으로 20원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죠. 그러나 LNG에 붙는 세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어요.

석유협회나 국회의원들은 등유의 세금을 올리지 않고 동결하는 것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등유에 붙는 세금 중 특별소비세는 사치성 물품에 주로 붙이는 세금인 만큼 지금의 ℓ당 154원을 ℓ당 60원으로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소세가 내리면 특소세의 15%인 교육세도 저절로 줄어 세금인하 효과가 그만큼 커지죠.

세금을 내려 등유가 싸지면 등유를 경유 대신 써 탈세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막느냐고요? 선진국처럼 국내에서도 등유에 색깔을 내는 성분을 첨가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히 단속하면 경유로 속여 사용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석유업계의 주장입니다.

업계는 선진국 중 어느 국가도 등유를 경유로 속이는 것을 세금으로 막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정부가 불법 유통업자를 철저히 단속하면 될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세수(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정부 수입)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 입장이라 과연 등유 세금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난방비가 싸진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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