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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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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 현대문학의 최고봉인 바진(巴金.본명 李堯棠)이 17일 오후 상하이(上海)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101세. 그는 말년에 파킨슨병 등을 앓아 상하이 화둥(華東)병원에서 6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병마와 싸웠다.

바진은 중국 문단에서 루쉰(魯迅).궈모로(郭沫若).마오둔(茅盾).라오서(老舍) 등과 함께 '현대문학의 6대 다스(大師.거장)'로 손꼽힌다.

1904년 11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유학 뒤 20년대부터 중국의 신문화(新文化)운동을 주도했다. 공산정권 수립 이전에 무정부주의 성향이 있는 '가(家)''멸망''춘(春)'등 20여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시대 문화혁명 기간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붓을 꺾었다.

70년대 들어 8년에 걸쳐 150여 편의 글이 담긴 '수상록(隨想錄)'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은 "힘과 정(情)과 열기가 종이를 뚫는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중 '가'는 중국 언론이 뽑은 '20세기의 100대 예술작품'에 들어간다. 2000년 프랑스 국적의 화교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중국작가협회가 "상을 받을 사람은 바진"이라고 반응했을 정도다.

그는 문화혁명의 광풍 속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던 한을 풀기 위해 베이징(北京)에'중국현대문학관'을 세웠다. 당시 핍박받은 작가들의 동상과 육필 원고.편지 등을 전시하는 곳이다.

바진은 덩샤오핑(鄧小平)시대인 83년부터 통일전선 조직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부주석과 중국작가협회 주석 직을 맡았다. 그는 3년 전 병세가 악화되자 "편하게 생을 마치게 해달라"고 주위에 요청해 '안락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내가 살던 집을 유적지로 만들거나 내 이름을 딴 문학상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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