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돈 생기면?…은행PB팀장에게 들은 재테크&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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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재산이 수십억~수백억원대인 고소득자, 전문직 종사자들은 어떻게 돈을 굴릴까. 일단 부동산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산 구성을 한꺼풀 벗겨보면 직업별로 나름의 특징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전문직들을 밀착 상담하는 주요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 센터장을 통해 이들의 투자 특성을 들여다 봤다.

◆ 스포츠맨와 연예인, "부동산이 최고"=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은 젊을 때 많은 돈을 버는 대신 나이가 들면서 수입이 급속히 줄어든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또 일에 얽매이다 보니 부모나 친척이 재산을 대신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부모가 선호하는 상품으로 자산이 구성되기 마련이다. 이들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60~80%를 차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부동산은 서로 다르다. 운동선수는 땅.빌딩.아파트 등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다. 상당수가 지방 출신인 선수 부모들이 주변 사람의 조언을 듣고 다소 무계획적으로 투자하는 탓이다.

반면 연예인은 대부분 임대수입이 나오는 상가를 선호한다. 주식에는 별 관심이 없다. 씀씀이가 큰 연예인 특성상 인기가 시들해지더라도 수입이 고정적으로 나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접촉하기 힘든 연예인의 특성상 주변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하거나 연예인끼리 '사설 펀드(일종의 계)' 등을 운영하다 돈을 떼이는 사례도 많다.

◆ 의사는 안정형, 변호사는 공격형=의사에게는 '시간이 돈'이고 '몸이 자산'이다. 개업의는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자녀교육, 안정적 노후 생활 등을 위해 보험을 많이 든다. 보통 월 500만~1000만원을 보험(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 포함)에 지출하며 월 3000만원씩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 보니 보험업계에 의사 전문 설계사가 등장할 정도다. 제일 까다롭게 투자하는 직업군이 변호사다. 변호사들은 PB 등에 자문하는 경우가 드물고, 얘기를 듣더라도 투자결정을 개성 있게 내린다. 30~40대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변호사도 50~60대로 들어서면 안정적인 투자로 돌아선다.

◆ 벤처 CEO는 주식, 대기업 CEO는 예금=벤처 기업가는 주식을 통해 돈을 벌었기 때문인지 상당수 자산이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펀드 포함)으로 보유하고 있다. 대신 부동산은 보유하고 있는 집(보통 고급 아파트) 이외에 별 관심이 없다. 대기업 CEO들은 보수적이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가량 되며 금융상품도 고정금리형 정기예금 형태다. 주식투자는 펀드로 약간씩 하는 정도다.

◆ 다양한 자산구성해야=PB 전문가들은 국내 고소득층의 자산구성이 부동산에 너무 쏠려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요즘처럼 부동산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부동산 위주의 투자는 위험도 크게 따른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부동산과 주식(펀드 포함), 채권, 예금 등을 고르게 안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부동산:금융상품:주식(펀드)의 비중은 평균적으로 60~80:20~30:10~20 정도인데, 이를 40~50:30~40:20~30 정도로 조정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창규 기자

◆ 도움말 주신 분=조우석 국민은행 재테크 팀장,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 이금철 신한은행 PB강남지점 센터장, 서춘수 조흥은행 PB강북센터 지점장, 정찬우 하나은행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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