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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11전 12기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 "그 누군가에게 사시는 희망의 사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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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에 서울대 법대 출신 유권자도 많은데 가천대 법대 출신인 제가 회장에 선출된 이유가 뭘까요?”

  26일 치러진 제93대 서울변회 회장 선거에서 김한규(45·사법연수원 36기·사진) 변호사가 당선됐다. 그는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고 현행 로스쿨 제도를 개혁해 달라는 게 회원들의 주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非)서울지역 대학 출신이 서울변회 회장에 당선한 건 1907년 서울변회 창립이래 107년 만에 처음이다.

 그는 경기 성남에 있는 가천대(옛 경원대) 법대 출신(1990년 입학)이다. 92년에 처음 사시를 치러 2004년 합격하기까지 ‘11전(顚)12기(起)’의 기록을 세웠다. 가천대 개교 이래 첫 사시 합격자이기도 하다. 낙방할 때마다 사시가 ‘희망의 사다리’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한다.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고시원에 딸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며 어렵게 공부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나승철 회장을 도와 서울변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 로스쿨제도는 입학 및 판·검사 임용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본다. 도입 취지는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서울 명문대 로스쿨들이 학생들을 학력·집안 등 스펙 위주로 선발하면서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임기(2년) 내에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설정한 배경이다.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은 성적 공개로 결과에 승복이라도 했지만 현행 로스쿨은 면접이 당락을 좌우한다”며 “소위 집안 좋고, 학벌 좋은 이들이 명문대 로스쿨에 들어가 판·검사가 되는 반면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취업조차 잘 안 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 자신도 고등학교 때 성적이 하위권이었고 가천대도 3수를 해 들어갔지만 사시가 있어 변호사가 됐다”며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도록 사시가 존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로스쿨 폐지론자는 아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제도를 병행 운영하면 경쟁을 통해 더 나은 법률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지난 12일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주창해온 하창우 변호사가 당선된 것과 맞물려 사시 존치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현재 국회에는 사시 존치 내용을 담은 법안 4개가 계류 중이다.

 김 변호사는 후보 5명이 나온 이날 선거에서 유효투표 7053표 중 2617표(37.1%)를 얻었다. 2위 김영훈 변호사는 1620표를 얻었다. 투표율은 60.4%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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