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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비서동에 자주 나타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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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는 여러모로 색달라 눈길을 끌었다. 우선 장소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이 아닌 비서동(위민1관 영상회의실)이었다. 비서실장·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비서동은 본관에서 도보로 5분, 자동차로 2분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다. 박 대통령이 비서동에서 수석회의를 주재한 게 취임 후 처음이라고 하니 놀랍기도 하지만, 뒤늦게나마 불편을 감수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윤두현 홍보수석도 “위민1관 회의실 구조가 본관 회의실보다 참석자들이 가깝게 앉도록 돼 있어 대통령과 수석·특보들이 보다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돼 있다”며 “앞으로 비서동 회의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제와 같은 회의는 1회성의 ‘반짝 이벤트’로 끝낼 게 아니다. 매번 회의를 주재하는 건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수시로 대통령이 비서동에 내려와 비서진과 토론하고 협의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져야 한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집무실이다. 대통령이 굳이 정해진 회의 때만 비서동을 찾을 이유는 없다.

 참모들과 신속하고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려면 대통령이 언제든지 비서진과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참모들 방과 대통령의 방이 맞닿아 있는 촘촘한 구조로 집무실 배치를 바꿔야 한다는 게 역대 정권의 경험이자 교훈이다. 그래야 대통령이 여론으로부터 고립돼 불통의 늪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의 연말정산 파동을 거론하며 “국민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드리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의 때 많은 토론을 했지만 토론하는 게 공개되지 않아서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주요 정책이라든가 논란이 되는 문제들은 수석과의 토론 과정도 공개를 해서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소통에 장애가 생겼음을 인정한 발언이다. 토론과정을 공개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토론 장면이 중계가 된다고 해서 불통 논란이 불식되는 건 아니다. 대통령과 장관, 대통령과 수석, 대통령과 특보들 간 대화가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팩스·e메일·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기기에만 기대지 말고 중요한 정부 정책이나 방침이 당국자들 간의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결정되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소통의 본질이다. 필요하면 대통령 집무실까지 과감히 옮기고, 예전 야당 시절 ‘천막 당사’의 마음 가짐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