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노동력 부족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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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과 서구의 여러나라가 실업자홍수사태를 맞고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소련은 지금 심각한 노동력부족현상에 직면해있다.
전문가들은 1억3천5백만 명의 노동인력을 가진 소련에서 2천만 명에 이르는 각종 일자리가 인력이 없어 비어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모스크바시내 중심가나 지하철역 등에는『간호원 구함』『기관사·기술자모집』등의 광고판이 즐비하다.
이처럼 많은 업체가 노동력부족으로 곤란을 받고있는가 하면 한편으로 여러 기관에서는 인력이 남아도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력관리가 비효율적인데다 무능한 근로자라도 쉽게 해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련의 인력부족현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차대전·러시아혁명·30년대의 「스탈린」의 대숙청·2차대전등을 통해 수천만의 남자들이 전사·처형되면서 여자인구가 남자를 앞서게됐고 소련경제는 파탄에 직면했다.
2차대전후의 베이비붐으로 남녀인구의 격차는 조금 줄었으나 아직 2억7천2백만 명의 인구 중 남자는 46.8%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남자인구 비율은 48.7%다. 따라서 여성들도 오래 전부터 직업전선에 나서 요즘은 전체여성의 92%가 일하거나 공부한다.
노동력부족현상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낮은 인구증가율을 꼽을 수 있다. 지난50년대에 1.7%이던 인구증가율이 80년대에는 1%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이같은 인구와 노동력의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광범위한 캠페인을 벌이고있다.
산모에게는 1년의 유급휴가가 주어지고 직장에서 일하는 낮시간엔 탁아소에서 아이를 무료로 돌보아준다. 독신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영화나 문학작품을 통해 은근히 부추기고 한 여자가 10명 이상의 아이를 낳아기르면 영웅칭호를 받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갖가지 부추김도 낙태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법률 때문에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미국의 인구학자들에 의하면 소련의 가임여성들의 평균 낙태횟수는 5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력부족을 메우기 위해 소련당국은 군인과 죄수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미국측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지만 시베리아등지의 주요 공사장에는 4백만명 이상의 죄수들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북한·베트남·불가리아 및 동독에서 온 10만여명의 외국노동자들이 소련땅에서 일하고있으며 핀란드·서독·일본·영국등 서방국가에서도 일부 근로자나 감독을 보내 최신 플랜트건설공사를 돕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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