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리포트] 고강도 초음파로 '자궁 종양' 치료 예후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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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산부인과외과 김민우 원장(앞쪽)과 김태희 원장이 고강도 초음파 치료법인 하이푸 시술로 자궁근종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주부 심모(31·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최근 자궁 내막에 지름 8㎝ 크기의 자궁근종을 발견했다. 2년 전 건강검진 때 확인된 1㎝의 자궁근종을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임신을 앞둔 심씨는 자궁 근육에 손상이 적은 하이푸시술을 택했고, 7개월 뒤 자궁근종이 70%가량 줄면서 임신에도 성공했다.

자궁은 여성 성의 상징이자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다. 극심한 생리통, 자궁 출혈, 심한 변비는 자궁 건강의 이상신호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궁 질환은 겉으로 보이는 이상증상이 없다. 질병이 악화한 뒤 골반동통·압박·빈뇨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심할 경우 난임으로 진단받는 사례도 많다.

자궁 질환 치료는 복강경 시술과 자궁 적출 등 수술법이 주를 이뤘다. 종양 부위를 잘라내는 것이다. 가임기 여성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자궁 근육이 약해지면서 출산 시 제왕절개를 해야 하거나 심하면 난임·유산 등 임신과 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비수술 치료인 하이푸(HIFU·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인정받은 최신 치료법이다. 인체에 무해한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해 절개 없이 종양만 정확하게 공략한다. 청담산부인과외과 하이푸클리닉 김민우 원장은 “돋보기로 빛을 모아 열을 내듯 진단용 초음파보다 1만 배 이상 높은 고강도 초음파를 한 점으로 모아 종양과 주변 혈관을 태운다”고 말했다. 안전한 초음파를 몸 밖에서 쏘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작고 예후도 수술에 비해 좋다.

하이푸 시술은 자궁 질환의 발생 위치나 종양 크기에 따라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실시간 초음파 진단 화면을 동시에 분석하면 보이지 않는 자궁 혈관과 종양 위치가 세밀하게 드러난다. 점 하나 크기(직경 1㎝)의 고강도 초음파를 이용하면서 다른 자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종양을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거대 다발성근종도 치료가 가능하다. 김민우 원장은 “자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자연분만을 원하는 가임기 여성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하이푸 시술에 콘트라스트 모드(Contrast mode)가 개발돼 한층 편리해졌다. 자궁 수술 뒤 MRI를 따로 찍지 않고 특수한 조영제를 이용해 자궁조직 상태를 곧 확인할 수 있다. 청담산부인과외과가 1700례의 하이푸 시술을 통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방법이다. 이 병원 김태희 원장은 “수술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시간 단축효과를 거뒀고, 환자 신뢰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이푸 시술은 온도 조절에 실패하면 오히려 자궁을 상하게 만들 수 있으니 반드시 숙련된 전문의에게 시술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이푸 시술 후 관리는 치료만큼 중요하다. 김태희 원장은 “일주일에 2~3회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로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자궁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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