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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인 중심의 새 방향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역사소설이 궁중비화에서 벗어나 민중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는 민중사관에 입각한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황석영씨의『장길산』이나 김주영씨의『객주』,그리고 동학혁명을 다룬 많은 소설들이 그러한 경우다. <임재걸기자>…
이같은 현상은 물론 바람직한 전개로 받아들여지고있다. 그러나 역사발전에 대한 민중적 시각과 함께 개혁의 의지를 지녔던 지식인 또는 국가적 위기속에 고통스럽게 국가의 방향을 결정지어야했던 정치가들에 대한 조명과 새로운 각도에서의 인물부각도 역사소설의 한방 향으로서 필요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나오고 있다.
도의정치를 내세우고 과감한 개혁을 꾀하다가 비극적 최후를 맞은 중종때의 정치사상가 조광조를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기고 죽음으로써 자기를 완성한 지식인으로 그리고 있는 서기원씨의 소설『왕조의 제단』 (문예중앙 연재중)이 그러한 새각도에서 나온 작품중의 하나.
평론가 김윤식씨는 『지식인을 다룬 역사소설이라할 작품도 필요하다. 그것은 역사추진의 주체적 요인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하며 우리역사속에는 정신사적 위치에 좌표를 정해준 많은 지식인이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흔히들 많은 사람들은 우리역사속의 지배층 지식인들을 당쟁을 일삼거나 보수적이고 봉건적이어서 자기집단의 이익에 얽매이고 지키려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많은 경우가 그러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으며 그러한 사람들을 새로이 조명해 보는것은 우리정신의 맥락과 유산을 찾아내는 중요한 작업이 될것이다.
또 막연하게「위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진면목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인간적인 승리나 실패를 드러내 이해를 깊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식인들을 소설로 다루어낼 수 있는 자료나 연구는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학계에 의해 많이 이루어져 있다. 소설가들은 이같은 기초위에서 그들의 역사관·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물을 재구성할수 있을 것이다.
우리역사속의 인물중 소설로 다루어질만한 지식인으로는 정약용·김옥균·정도전·이율곡·이규보·유성용등을 꼽을수 있다.
정약용은 새로운 시대를 예감하고 개혁의 의지를 가졌던 사람이다. 『목민심서』등 5백8권의 저서를 그의 『여유당전집』에 남긴 다산은 성리학이 근대국가를 일으킬수 없는 중세적 이데올로기임을 통감하여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모색했고 실학의 대가를 이루었다.
그는 사회개혁을 꿈꾸었으며 천주교를 믿어 유배되기도 했다.시대의 고민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간 다산은 일가족이 모두 귀양살이하는 가정적인 고통을 겪었으며 전남 강진에 귀양가 있으면서 많은 일화를 남겼고 불교도 알게 되었다. 그는 또 문학적재능도 지녀 많은 시를 썼고 그속에 그의 뜻을 담았다. 이러한 그의 행적, 사상, 일생은은 전환기 한시대의 대표적 인물로 풍부한 소설적 자료가 될수 있다.
김옥균의 삼일천하와 일본망명, 그이후의 일화도 마찬가지.
정도전은 이조를 세운 중심인물. 유교를 받아들이고 전제개혁을 하는등 경세가였으며 또 기구한 생을 살았다. 긍정·부정간에 관심이 될만하다. 율곡도 경세가였으나 좌절하고 학자가 되었다.
그외에도 많은 지식인들이 비록 오늘날의「민중」이라는 개념과는 다르지만 한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고뇌했으며 그들의 정신적 맥락이 우리역사를 이끌어온 부분이 크다.
지식인을 다룬 역사소설과 함께 최근 홍성원씨가 임진왜란을 민중이 겪은 전쟁으로 파악하고 쓰고있는『깨어있는 성』도 대작의 일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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