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산가족찾기』생방송 캠페인|다함께 운 "민족의 아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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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과연 TV의 힘은 엄청나다. KBS제1TV가 5일째 벌이고 있는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이것을 증명했다.
첫째로 현실확인의 힘이다. 분단의 비극, 1천만 이산가족의 아픔은 우리가 흔하게 들어왔으나 슬픔을 겪지않은 사람에겐 대개 추상적인 관념속의 것이기 쉬웠다.
1·4후퇴때 대동강변에서 헤어진 51세된 아들을 찾겠다고 종이판을든 70세된 어머니, 6·25때 헤어진 남편을 찾는 68세된 아내, 아내와 아들을 찾겠다는 67세된 할아버지의 초점잃은 눈동자-.
서른세해를 그렇게 기다리며 살아왔을까-전쟁의 참화는 생이별을 낳아 젊은날을 슬프게 살아왔을 터이니. 분단의 비극, 이산가족의 아픔을 눈으로 확인한다.
둘째로 정보전달의 힘이다. 나홀동안 6천4백여건을 소개하여 4백30여가족을 만나게 했다고한다.
그동안 더러 라디오나 단체에서 이일을 했었지만 짧은 시간에 이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었다.
12세때 헤어졌던 남매가 마포와 동대문에 살면서도 만날수가 없었고, 고아원에서 헤어진 세자매는 동두천에 가서 며칠밤을 수소문했고 전화번호를 뒤졌지만 허사였었는데 잃었던 동생을 찾게됐다면서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 언니, 과연TV가 정보의 단말기임을 실증했다.
세째로 국민감정의 통합과 동조의 힘이다. 9세때 임진강변애서 헤어진 자매가 33년만에 스튜디오에서 만나대성통곡하며 껴안고 뒹군다. 고아원에 맡겨진 동생을 찾은 60고개의 누나가 얼싸안고 통곡한다.
절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광경. 모두가 한민족 한핏줄이기에 남의 일같지 않아 함께 울게했다.
이산가족이거나 아니거나 그아픔을 슬퍼하고 만난 기쁨을 제일처럼 좋아하면서 밤새워 시청한 국민도 많았고, 울었다는 주부들도 많았다.
국민적 공통무드의 일절감아래 서로의 감정을 연대시킨 기능을 TV가 멋지게 해낸것이다.
이밖에 이번 특집생방송은 이산가족의 아픔이란 민족적 이벤트에다 일반대중의 심리적 동조성과 당연성이란 요소마저 갖췄다는데서 생방송기획의 찬연성이 극찬받을만 하다.
또 이캠페인으로 이산가족찾기운동이 세차게 번질것이니 효과적인 설득커뮤니케이션이었다는 점에서 TV매체의 위신까지 높였다는 공도 빼놓을수 없겠다.
그러나 불미스런 점은 진행의 창의성빈곤이다. 전국의 네트워크를 동원하면서 순서없는 가족소개에 당사자들은 방송이 계속될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말아야했고 실제로 사흘밤을 꼬박 지켜봤다는 재회가족도 여럿이었다.
이를테면 둘째날부터라도 출신도별로 나눠 방송시간도 따로 잡아 예고하면서 진행했더라면 그런 수고도 덜고 이용면에서도 훨씬 효과적이었으리라는 아쉬움을 크게 느꼈다. 신규호(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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