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사건 같은법원서 승·패소 엇갈린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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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회사의 자금담당직원이 대표이사의 직인을 위조해 9억8천여만원의 어음을 발행해 달아나 피해자들이 제각기 회사를 상대로 배상소송을낸 사건을 놓고 같은 법원에서 회사가 선의의 피해자인 어음소지인에게 판상할 책임이 『있다』『없다』로 엇갈린 판결을 내려 상급심의 결과가 주목되고있다.
이같은 판결은 회사직원이 회사직인을 위조해 어음을 발행했을때 직무와 관련된것으로 보아야하느냐에대한 정반대의 해석으로 아직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없다.
사건은 금성통신자금과 직원 이경재씨(24·구속중·서울시흥1동1002의1럭키아파트409호)가 회사에서 약속어음용지를 빼내 금성통신과 동삼정밀의 대표이사직인을위조,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모두 1백84장(액면가 9억8천여만원)을 사채시장을 통해 할인하고 도주했다가 구속된 것으로 이중 18장은 현금으로 지급됐고 나머지는 위조된 다른 어음으로 교환해주는등 28장이 회수되지 않은데서 발단된것.
서울민사지법은 최근 이사건의 피해자들이 같은사안으로 18건의 소송을 내 계류중인데다 청구액도 5천만원에서 1억6천만원까지 다액이어서 부장판사들끼리 의견을 나눴으나 제각기 해석을 달리해 의견통일을 보지못했다. 이런판국에 회사가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서울민사지법 합의17부(재판장 서성부장판사)는 『피고 금성통신은 어음용지와 발행어음의 관리등을 소홀히해 지난해 10월에야 비로소 이씨의 어음위조사실을 알았고 이같은 어음위조가 피고회사의 사무집행에 관련되므로 이씨의 사용자로서 원고임수완씨(서울논현동148의17) 등에게 배상책임이있다』고 밝히고 『피고금성통신은 원고 임씨등 2명에게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보다 5일전인 지난달 30일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던 서울민사지법 합의12부 (재판장진성규부장판사)는 『대표이사의 직인자체가 위조된 것이므로 회사측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없다』고 밝히고 원고 고씨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고씨등은 지난해 8월을 전후해 이씨가 워조한 어음 1억6천만원상당을 사채시장등을 통해 매입했던것인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고씨등은 피고회사 이름의 고액어음을 매입할당시 당연히 어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할 의무가 있었는데도 이를 게을리했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승소한 임씨등은 작년8월과 9월 지급기일 12월7일, 지급지 제일은행퇴계로지점, 발행인 금성통신, 수취인 동삼정밀로 된 3천만원짜리 약속어음 1장씩을 어음할인중개업자인 김모씨를 통해 2천8백62만여원과 2천8백57만여원을주고 각각 사들였다.
그러나 이 어음은 이씨가 회사직인을 위조, 날인한것으로 판명돼 지급거절되자 지난1월 금성통신을 상대로 6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던것이다.
지금까지는 경리과직원등이 대표이사의 직인을 몰래 어음용지에 찍거나 여러장을 결제받으면서 몇장을 끼워넣어 이를 발행했을 경우 법원이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해왔으나 이번 사건의경우 회사직원이 직인자체를 위조한 것이어서 문제가 까다롭게된것.
이에대해 재야법조계에서는 회사측에 확인하지 않았다고 사용자책임을 인정치 않는다면 이를 일일이 확인해야하므로 어음유통에 장애가 된다는점을 들어 반대하는 견해와 직인자체를 위조하는것까지 회사가 책임을 묻는다면 날로 지능화하고있는 경리사고에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며 엇갈린 반용을 보이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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