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 "대선 후보 경선 땐 결과 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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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왼쪽)이 13일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나왔다.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유력한 한나라당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미리 "대선에 출마하는 것 같은 대답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토론회에선 그를 대선 도전자로 간주한 질문이 쏟아졌다. 막상 이 시장은 "개인으로서"라는 전제를 달았을 뿐, 피해 가지 않았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지더라도 나올 거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이 시장은 "내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인 것 같다"고 농담으로 받은 뒤 "나는 경선을 선호하고 경선을 통해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서울시장 경선에서 정원식 후보에게 패한 일을 거론하며 "당시 경선은 명백한 불공정 선거였지만 그래도 나는 승복했다. 선거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불러 '당신은 승복하지 않을 줄 알았다'고 했는데 그렇게 나를 모르다니…"라고 불복론을 일축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그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책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해양수산부만 부산으로 옮기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했다고 썼던데 아주 동감했다. 그런데 그 책 쓰신 분이 당선된 지 불과 몇 달 뒤에 이런 일(행정수도 이전)이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균형발전은 한쪽에 있는 걸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이 특징 있게 발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행정기관을 옮겨봐야 점심값 정도밖에 더 떨어지느냐"고 힐난했다.

박근혜 대표에 대해선 "박 대표 정도 되면 대통령을 왜 못하나. 충분하다 본다"면서도 "단지 한나라당이 행정수도 이전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조금 마음에 남아 있다"고 꼬리를 달았다. 개헌 논의와 관련해 그는 "이 정권 하에서 헌법 개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음 대선 후보들이 내각책임제든, 4년 중임제든 공약을 하고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고유의 역사와 문화가 있고, 남북 통일과 동북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를 감안하면 대통령제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주안.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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