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인민군 포로의 건의문이 미국으로 간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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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통령의 욕조
이홍환 지음, 삼인
382쪽, 1만8000원

미국의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은 독립선언서 원본부터 시작해 어마어마한 분량의 국가 기록을 보관중인 기관이다. 그 중 한국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여러 저서를 펴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NARA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934년 이를 설립한 취지, 퇴임을 앞둔 대통령들의 문서 이관과 관련된 에피소드, 해제된 문서를 비밀로 재지정하는 관행에 대한 논란 등을 읽기 쉽게 전한다.

 실용 정보도 곳곳에 등장한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을 만큼 문턱이 낮지만, 원하는 자료를 찾으려면 지독한 끈기가 필수라는 게 핵심이다. 역시나 눈길을 끄는 건 한국 관련 사료다. 한국전쟁 때 미군이 노획한 북한군 문서, 현대사의 주요 사건·인물에 대한 미국 관계자들의 보고 등을 예시한 분량이 실은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인민군 포로들이 통조림 포장지를 뜯어 수용소장에게 건의사항을 적은 글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다방 문화에 대한 분석 보고서도 있다. NARA의 방대한 기록이 한국의 생활사 연구에도 요긴할 수 있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욕조’의 주인은 미국 27대 대통령 윌리엄 태프트. 몸집이 컸던 그를 위해 1908년 초대형 욕조를 주문한 기록도 지금까지 남아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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