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교향악단 '불협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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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KBS 한국방송이 KBS 교향악단을 재단법인으로 독립시킨다는 방침을 세우자 단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KBS 교향악단의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방송 시청자센터 오태수 센터장은 11일 단원 총회를 소집해 'KBS 교향악단 운영 체계 개편안'을 설명했다. 현재 KBS 교향악단을 자회사 형태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분리한다는 게 골자다. 공연장(KBS홀).연습실.악기.악보 등 인프라와 무료 TV 스팟 광고 등은 현행대로 제공하되 연간 예산을 87억원(2004년 기준)에서 장기적으로 45억원으로 줄인다는 것.

하지만 단원들은 12일 비상대책총회를 열고 "KBS가 지난해 638억원의 적자를 보자 그 책임을 KBS 교향악단에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양육비가 많이 든다고 자식을 대문 밖으로 쫓아내는 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예산을 절반으로 깎는다면 공연의 질적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KBS 측은"사무국 요원을 현재 4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프로그래밍.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KBS 국악관현악단의 재단법인화는 2010년까지 보류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 NHK 교향악단은 1942년에 재단법인으로 독립해 후원기업만 254사나 된다"고 덧붙였다. 사무국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로 자생력을 갖춰 나간다면 부족한 재원을 공적 자금과 외부 협찬, 출연료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KBS 교향악단을 전담하는 사무국 직원은 현재 3명. 모두 KBS 출신의 일반직 직원이다. 올해 초에는 그나마 유일한 음악전문가로 일했던 전문위원 1명을 퇴직시켜 업무의 전문성을 기대하긴 힘든 실정이다.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라는 위상을 지켜나간다면 기업 후원을 유치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음악계에서는 KBS 교향악단의 재단법인화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출연료를 벌기 위해 지방 순회공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립합창단.국립오페라단의 경우를 보더라도 재단법인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법은 없다.

음악평론가 홍승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KBS 교향악단이 전문성.독립성 강화로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발전하려면 당분한 충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무엇보다 심포니 전용홀 확보가 시급하다"며 "서울시향의 경우처럼 재단법인화와 전용 콘서트홀 신축 계획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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