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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기획] 여성 얼리어답터 조현경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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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한 구절이 아니다. 2005년 서울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생활이다. 주인공은 조현경씨. 그녀는 국내 '1세대 얼리어답터' 중에 유일한 여성이다.

사실 여성이 얼리어답터가 되기는 쉽지 않다. 언젠가부터 눈에 띄는 제품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의 총아다. 많은 여성이 이런 전자기기들과 친해지지 못한다. 현경씨도 어려서는 그랬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잡지사 기자가 된 현경씨는 PDA를 하나 산 게 계기가 돼 디지털의 묘미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이렇게 얻게 된 취미를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결합시켜 각종 생활 제품으로 관심을 넓혀갔다.

늘 모난 부분을 쓸 수 있는 지우개부터 휴대용 공기청정기까지. 그동안 현경씨의 손을 거쳐간 신기한 제품은 끝도 없다. 무심한 남성들은 놓치기 쉬운 재밌는 상품들. 현경씨는 틈만 나면 관련 사이트를 뒤지고, 차곡차곡 모은 돈을 탈탈 털어가며 하나하나 손에 넣었다.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하면서 한창 쪼들릴 때도 버리지 못한 습관. 얼리어답터들에게 쌓이는 신용카드 영수증 높이는 '내공'과 비례한다. 현경씨는 이런 내공을 바탕으로 산업기술인터넷방송이란 곳에서 신제품 소개 프로그램의 콘텐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또 다른 케이블 방송에서 얼리어답터 프로그램의 진행도 맡을 예정이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 셋. 여느 미혼자면 외로움도 많이 탈 나이. 그러나 얼리어답터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현경씨에게도 그렇다. "혼자 등에까지 로션 바를 수 있는 스틱이 있는 거 아세요? 혼자 산다고 불편한 거 없어요. 심심할 때요? 에이~그럴 새가 어딨어요. 재밌는 물건이 넘쳐나는데."

글=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얼리어답터란
early(이른)와 adopter(채택자)의 합성어. 신제품을 먼저 사용해 본 뒤 정보를 전파하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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