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매입 더 기다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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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 영향으로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일대 재건축아파트는 지난달 말 바닥권보다 1000만~4000만원 더 줘야 살 수 있다. 강철수 부동산컨설팅 대표는 "매물이 적다 보니 싼 매물이 팔리면 호가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세가 오른 것은 아니다"며 "호가 착시 현상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아직 재건축아파트 값이 바닥을 찍은 게 아닌 만큼 서둘러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은 강남권 일반아파트나 수도권 재건축아파트 등은 여전히 매수세가 끊긴 가운데 값도 하락세다.

◆ 강남권 재건축만 일부 거래=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단지에선 이달 들어 초저가 매물이 10건가량 팔렸다. 1단지 13평형의 경우 4억2000만~4억3000만원대 급매물이 소화돼 지금은 이보다 1000만~2000만원 더 줘야 한다. N공인 이모 사장은 "지난달 거래가 거의 없었지만 이달 들어 평형별로 급매물이 1~2건 소화되면서 단기적으로 하락세가 멈췄다"고 말했다.

인근 대치동 은마.청실도 이달 들어 바닥권 급매물이 평형별로 3~5건 팔렸다. 석사공인 김선옥 사장은 "6월 고점보다 1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을 중심으로 일부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거래가 대부분 급매물에 한정돼 값이 오르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34평형은 지난달 말만 해도 8억2000만원에 살 수 있는 매물이 4~5건 있었지만 지금은 이보다 4000만원 비싼 8억6000만원대 매물이 있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초저가 매물이 거래되자 집주인이 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 1단지 22평형도 6월 고점보다 1억5000만원 떨어진 6억2000만~6억3000만원대 매물이 2~3건 팔렸다. 부동산명가 박순애 사장은 "값이 단기간 급락하자 대기 매수자들이 매입했다"며 "급매물이 팔린 후엔 거래가 없고,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은 일반아파트는 여전히 매기가 없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 고덕 주공 일부 단지에서도 이달 들어 2~3건씩 거래가 이뤄졌다. 둔촌 주공 4단지 34평형의 경우 지난달 말 6억5000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지금 가장 싼 매물은 6억7000만원 선이다.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매수자들이 급매물만 찾을 뿐 시세대로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며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권 일반아파트나 과천.광명시 등 수도권 재건축단지에서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안된다. 광명시 유민우 공인중개사는 "8.31 대책 이후 재건축아파트 하락폭이 1000만~2000만원에 그쳐 매수 대기자들이 더 기다리겠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 매입 서두를 필요 없을 듯=아파트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서둘러 매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8.31 대책이 정부안대로 시행되면 2주택자도 2007년부터 양도세율이 50%로 중과돼 유예 기간인 내년 하반기까지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한 싼 매물이 나올 전망이다.

주택 부문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도 내년부터 기준시가 9억원에서 6억원으로, 인(人)별에서 세대별 합산과세로 강화키로 해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 1일) 이전에 집을 팔려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콜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도 불가피해 재건축 등 대출 비율이 높은 투자상품의 경우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8.31 대책이 속속 입법화하면 재건축을 포함한 아파트값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1차, 내년 상반기~가을까지가 2차 매수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급매물 중에는 대출금을 못 갚아 내놓는 것이 적지 않다. 이런 것은 가압류.가등기 등 권리 관계가 복잡할 수 있어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채무 관계를 깨끗이 정리한다는 조건으로 매입해야 한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지도 체크해야 한다. 급전이 필요하거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잔금 납부 시기를 앞당겨줄 것을 요구하는 매도자가 많아서다. 직접 발품을 팔아야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현지에 믿을 만한 중개업소를 사귀어 두는 것도 중요하다.

급매물이라 해서 아무 것이나 덥석 잡아서는 안 된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 공급 과잉 지역은 아닌지 등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재건축아파트는 개발이익환수와 기반시설 부담금 등의 규모를 쉽게 예측할 수 없어 신중히 접근하는 게 좋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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