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법무 지휘권 발동 파문] 보안법 존폐 논란 다시 불붙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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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폐지론자들이 "사문화된 보안법을 더 이상 존치시켜선 안 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세를 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보안법을 폐지한 뒤 형법을 보완하자는 쪽이고, 한나라당은 보안법을 그대로 두면서 일부만 고치자는 입장이다.

◆ 찬양.고무죄 사실상 사문화=현재 보안법상 찬양.고무죄(제7조)는 보안법 개폐 논란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열린우리당은 "대표적 독소조항"이라며 삭제를 주장해 왔고, 한나라당은 삭제 불가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가 찬양.고무죄다.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상황)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선전한 경우에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보안법 폐지론자들은 이 조항에 대해 "추상적이고 모호해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존치론자들은 이적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천 장관이 찬양고무죄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함으로써 보안법을 무력화했다"며 "앞으로 보안법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천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함으로써 검찰이 중대한 공안사건이 아니면 구속 수사에 나서는 게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 "안보형사법 필요"=국가 안보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안보형사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박준선 변호사는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을 처벌할 수 있는 입법조치 없이 보안법을 폐지하면 국민적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국가 존립과 체제 질서를 위협하겠다는 의도가 없었다면 처벌하지 않는 방향으로 보안법 개폐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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