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족집게 카페'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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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이런 커뮤니티는 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취업 정보사이트와는 달리 구직자들이 모여 입사와 관련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온라인 모임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친목 관계가 형성되면서 오프라인으로도 연결돼 영어회화를 공부하거나 면접을 준비하는 스터디그룹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취업 준비생 정철환(24)씨는 "커뮤니티에서 만난 준비생끼리 매주 일요일에 모여 서로 상대방을 면접하는 '모의 면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 커뮤니티 전성시대=취업 커뮤니티의 최근 특징은 전문화다. 특정 기업이나 시험을 찍어 공략하는 이른바 '집중공략형 커뮤니티'가 많다.

'국정원을 사랑한다' '롯데 입사하기' '국민연금관리공단 들어가기' 등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입사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다. 이들 사이트는 업체의 근무 내용과 급여, 채용 정보, 입사 선배와의 인터뷰 등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업체가 아닌 분야별로 특화된 커뮤니티도 있다.

면접 비중이 커지면서 메이크업.패션.스피치 등과 관련한 커뮤니티도 많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vivi의 메이크업룸'은 화장에 신경 쓰는 20~30대 여성 구직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런 인터넷 취업 모임은 참여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삼성 SSAT 뽀개기'에서 활동한다는 김동규(26)씨는 "이름만 걸어놓고 활동하지 않는 '유령 회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필기시험이 치러진 날 회원들이 게시판에 모여 정답을 맞춰보고 커트 라인을 예상하기도 한다.

◆ 수천 개가 넘는 카페=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다음에만 직업 관련 카페가 총 6만4000여 개가 개설돼 있다. 실제 '취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3500여 개의 카페 리스트가 나왔다.

이 중 회원 수가 40만 명을 넘는 '취업 뽀개기'는 LG.SK 등 대기업의 취업 정보가 풍부해 구직자들 사이엔 '취업 정보창고'로 통한다. 최근엔 교사와 공무원 시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 관련 커뮤니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 카페에만 관련 커뮤니티가 수천 개 이상 개설돼 있다.

대표적인 인기 코너인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15만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인맥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는 싸이월드도 취업 관련 클럽이 많다. '미치도록 취업하고 싶었다'는 면접 분야에 유용한 정보가 많은 커뮤니티로 손꼽힌다.'면접의 달인'이라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면접을 잘 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놓고 있다.

여성 승무원 지망생들이 운영하는 '못 말리는 비행소녀''스꿈모(스튜어디스를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해)' 등도 인기 코너다. 이밖에 메이크업아티스트.스타일리스트.호텔리어.디자이너 등 전문 직업 관련 클럽도 다수 개설돼 있다.

◆ 정보 판별 능력 키워야=취업 커뮤니티는 빠르고 구체적인 정보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계도 있다. 일반인들이 검증 없이 올리는 정보인 만큼 부정확한 내용이 실리기도 한다. 한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모두 경쟁자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고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올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또 커뮤니티 운영자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회원들을 유료 행사로 유도하거나 학원을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 포털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생생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데도 도움을 준다"며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판별해 습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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