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차이를 줄이다, 차이나 스마트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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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4억개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을 놓고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업체간 점유율 격차가 줄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시장조사회사인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성적표를 발표했다. 1위는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웃지 못했다. 선두 수성은 했지만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2013년 삼성전자의 판매대수 기준 점유율은 32.5%에 달했다. 이게 지난해 28%로 내려앉았다. 올해는 더 떨어진 26.6%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샤오미(小米)를 오판했다.” 좁쌀을 뜻하는 샤오미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다. 2013년만 해도 10위권에 명함을 못내밀었던 샤오미는 지난해 세계 시장 6위(5.2%)로 뛰어올랐다. ‘짝퉁 애플’이란 꼬리표를 떼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두 회사의 명암은 중국 시장에서 갈렸다. 샤오미는 저가 스마트폰의 온라인 판매를 앞세웠다. 시장조사기관인 SA에 따르면 샤오미의 중국 내 점유율은 2012년 1분기 2.2%에 그쳤지만 지난해 1분기 11.3%로 뛰어올랐다. 샤오미는 2분기엔 14.2%로 삼성전자를 0.1% 포인트차로 따라잡는 저력을 보이더니 3분기엔 16.2%로 삼성전자(13.3%)를 멀찍이 따돌렸다.

 삼성전자를 견제한 건 샤오미만이 아니었다. 오랜 맞수 애플 역시 중국시장에서 선전했다. 애플은 가입자수 8억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손을 잡고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를 내세워 중국 시장 공세에 들어갔다. 중국에서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5%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 덕에 애플은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16.4%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떨어진 수치지만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은 올 2월엔 중국에 애플 스토어 5곳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올해 격전지엔 인도가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휴대폰 이용자의 71%(9억 명)가 아직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어 향후 5년간 평균 40%대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전략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풀메탈 갤럭시A5 출시  삼성전자가 22일 출시한 갤럭시 A5. 일체형 메탈 프레임이 처음으로 적용됐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마련한 비책은 가격 다변화 전략이다. 북미와 유럽 같은 고가 시장에선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고, 중저가(A시리즈·40~50만원 대)와 저가(E시리즈·30만원 대, J시리즈·20만원 대), 초저가(Z1·10만원 이하)로 분류해 공략하는 일종의 ‘투 트랙’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점유율과 수익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인도에서 초저가폰 Z1을 선보였다. 가격은 5700루피(약 9만9000원)로 10만원이 되지 않는다. 인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샤오미의 ‘홍미 1S’(약 10만원)보다 저렴하다.

 이는 인도 소비자의 70%가 200달러 이하의 저가폰을 저가 폰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은 아직 30%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선 30만원대의 ‘갤럭시E5’를 출시할 예정이며, E시리즈 보다 가격이 저렴한 ‘갤럭시J1’도 준비 중이다.

 21일에는 한국에서 출고가 40만원대의 ‘갤럭시A5’를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몸체 전부를 메탈로 만든 스마트폰으로 강력한 셀프 카메라(셀피) 기능이 특징이다. 한 단계 사양이 높은 갤럭시노트 크기의 ‘갤럭시 A7’도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갤럭시 A5’의 출고가는 48만4000원, ‘갤럭시 A7’의 출고가는 58만3000원이다.

 A5는 두께가 6.7㎜, A7은 6.3㎜로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 모델 가운데 가장 얇다. 두 모델 모두 500만 화소의 고화질 전면 카메라를 갖췄다. 지난달 중국·대만 등에서 먼저 선보인 A5와 A7은 저가폰보다는 고급스럽고, 프리미엄폰보다는 저렴한 중가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전략 제품이다. 삼성이 스마트폰의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이같이 다양한 저가·중가 신규 모델을 내세운 것은 그간 중국 업체에게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6로 승부한다. 오는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최첨단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와 양쪽 모서리를 디스플레이로 제작하는 ‘양면 엣지’, 무선 충전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 인도시장에 진출한 샤오미는 지난 6일 홍미 노트 4G 모델 5만대를 인터넷 판매 개시 5초만에 완판하는 저력을 보였다. 같은 날 내놓은 홍미1S 2만대도 모두 소진됐다. 샤오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 판매를 고수하던 기존 전략을 수정해 통신사 바르티 에어텔과 손잡고 오프라인 매장판매에도 돌입했다. 빈 린 샤오미 공동 CEO는 “중국에서와 같은 성공 방식을 브라질·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서도 재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업체들의 선전은 숫자로 나타난다. 지난해 세계 3위에 오른 중국의 레노보는 모토로라 인수 효과로 시장점유율을 전년보다 3%포인트 높인 7.9%를 기록했다. 올핸 모토로라 브랜드를 앞세워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들어간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5위 화웨이(5.9%)는 올해 6.6%의 점유율로 LG전자(6.1%)를 제칠 것으로 점쳤다. 지난해 LG유플러스를 통해 스마트폰 X3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화웨이는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애플의 3강 구도에 도전한다. 중국 TCL 역시 SK텔레콤을 통해 국내 시장까지 진출하는 등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2.7%에서 올해 4.1%대로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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