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리즘」의 강한 투영|보수당 압승으로 끝난 전선… 영국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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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후(l945년이래)영국사상 가장 기록적인 절대다수의석을 보수당에 안겨준 지난9일의 영국총선거는 단순하게 지금의「대처」정권의 연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다.
선거결과가 몰고 오는 파장은 특히 영국 안에서「대처리즘」의 강한 투영과 야당진영의 전면개편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주의 세력의 퇴조 및 대소 강경노선의 득세로 나타나고 있다.
높은 실업률이라는 좋은 공격조건 속에서 노동당이 창당 후 최대의 참패를 맛본 것은 깊이 분석해 볼만한 사건이다.
서독에서 사민당 세력이「콜」이 이끄는 보수세력의 기민당에 대패를 한 것이나 압도적 지지를 받고 등장한 프랑스의「미테랑」사회당 정권이 국민으로부터 인기를 잃어 심각한 위기에 몰려있는 것과 관련지어 볼 때 영국보수당의 압승은 사회주의의 퇴조, 신보수주의의 물결의 의미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지난번 선거가 인물 대결이라기보다는 역대 선거 어느 때 보다도 가장 정책·정강 대결의 성적을 짙게 풍겼다는 점에서 그러한 해석은 타당하다.
선거 직후 갤럽 여론 조사 소가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당이 내건 정강을 보고 태도를 결정한 유권자들이 60%이고 나머지 40%가 인물보다는 정당에의 귀속감에 의해서 표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조원들 가운데 약30%가 노동당을 안 찍었고 실업자중 20% 정도가 보수당 또는 중도노선의 연합 파에로 돌아섰다는 조사결과다.
거의 30년간 의정단상을 지키면서 노동당내 좌파의 기수노릇을 해온 거물정치인 「토니·벤」을 위시해서 극단파 들이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것도 모두 맥을 같이하는 얘기가 된다.
영국의 유권자들 앞에 선택하도록 제시되었던 보수·노동양당의 정강정책의 차이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노동당의 주요정책은 ▲고용증대를 위해 긴급계획의 실시(1백7O억 파운드 규모) ▲은행을 비롯한 주요기업의 전면 국유화 ▲크루즈 미사일의 배치 반대 및 핵무기의 일방적 철폐 ▲EEC(구공시)탈퇴 및 직접적인 물가통제 실시 ▲외환의 전면 통제 ▲경제 산업 기획부 신설로 경제계획 통괄 ▲근로시간 감축 및 조기 연금제 실시 등이다.
보수당의 정책은 노동당과는 전혀 상반된다. ▲영국항공(BA)텔리콤, 롤즈로이스 등 아직 국영으로 남아 있는 대기업의 과감한 민영화 추진 ◆시장경제활동의 신장 및 국가간 산업의 최소화 ▲개인소유 확대로 대중자본주의 실현 ▲노동조합의 파업 남용 강력 규제 ▲반 인플레정책 견지 ▲나토 및 EEC와의 관계 강화 ▲대소 강경 노선 ▲독자적인 핵 방어력 확보 등이 주요정책이다.
이렇게 정면으로 대립되는 정강정책을 놓고 영국국민들은 보수당쪽을- 그 것도 압도적으로- 택했다.
「대처」가 총선 후 직접 집도한 개각수술은「핌」외상을 갈아치운 것을 비롯, 장·차관급가운데모두 60명을 바꾼 대규모였다. 개각에서도 철의 여인의 면목을 발휘한 셈이다.
「대처」의 과감성은 지난81년 이른바 연성파(통화긴축을 풀고 고용확대정책을 쓰자고 주장한 보수당의원들)를 숙청하고「세실·퍼킨슨」「노먼·데비트」등 이름 없던 의원들을 용감하게 기용했을 때 이미 증명된바 있다.
이번 개각은 「대처」가 자기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들로 진용을 강화한 것이 특색이다.
외상에 「제프리·하우」(56), 재무상에 「나이젤·로슨」(51), 무역산업상에 「세실·퍼킨슨」(51) 등 요직을 모두「대처리즘」의 추종자들로 앉혀 놓았다.
고용상 「노먼·테비트」(51)는 추진중인 노조규제법을 마무리짓도록 그대로 두었는데 그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른 중책을 맡길 것이 분명하다.
지난 4년간의 재임기간 중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대처리즘은 앞으로 더욱 강렬하게 영국의 대내외 정책에 투영될 것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서 민족주의, 경제정책에서 자유시장경쟁에 입각한 자본주의, 이 둘이 대처리즘의 골간이 되고 있다.
국제정치면에서는 미국의 「레이건」대통령과 손발이 잘 맞아 미·영의 강력한 리더십이 주조를 이를 전망이다.
우연하게드 「대처」의 정치철학이나 감각이 「레이건」과는 아주 흡사하다. 두 사람 모두 보수우파이고 대소강경 노선에서도 호흡이 맞는다. 게다가 일본의「나까소네」수상도 보수우파에 대소강경 주의이므로 팀은 절묘하게 짜여진 셈이다.
「대처」는 소련이 핵무기감축협상에서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크루즈와 퍼싱미사일의 영국배치를 실현시킬 것이다.
그런 사태가 됐을 때는 동서간의 군비경쟁이 가열돼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노조의 파업을 강력 규제하면서 민간경제의 활성화 및 물가안정정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그 과정에서 노조와의 층돌이 예상되고 특히 3백20만명에 달하는 실업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하면 의외의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대처」는 선거후 한 기자회견에서 다음선거(88년) 에서도 당을 지도하겠다고 서슴없이 밝혔다.
그만큼 철의 여인 「대처」는 자신에 넘쳐있다.
언제까지 영국국민이 그녀의 편에 서줄 것인지 그 것은 아무도 모른다. 【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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