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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의 골프야 놀자] 37. 페이드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목표 지점 쪽을 커다란 나무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 그래서 직접 목표지점을 공략하지 못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가끔 생기지요. 오른쪽으로 굽은 도그레그 홀 같은 경우 말이에요. 축구의 '바나나킥'처럼 직선으로 날아가다 오른쪽으로 휘는 샷을 구사한다면 단번에 해결이 될 텐데….

자 그러면 오늘은 오른쪽으로 휘는 샷을 익혀보도록 해요. 그런 샷을 '페이드(fade)'라고 하지요. 실수로 생기는 슬라이스와는 달리 휘는 각도가 덜한, 의도적인 스핀 샷이에요. 쉽지는 않지만 연습을 통해 숙달시킨다면 라운드할 때 아마 두세 타는 줄일 수 있을 거예요. 능숙하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원리는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먼저 셋업 자세부터 살펴볼게요. 페이드 샷을 하기 위한 첫 자세는 몸을 목표방향보다 열어주는 겁니다. 사진A에서 보듯 공이 오른쪽으로 휘어지기 전에 날아갈 방향, 즉 왼쪽을 향해 스탠스를 잡고 셋업을 하는 거지요. 사진에서 보면 왼쪽에 서 있는 나무 방향이지요. 물론 두 발과 두 무릎, 그리고 가슴과 어깨선이 모두 왼쪽을 향합니다.

자, 이제 클럽 페이스입니다. 클럽 페이스는 어드레스 방향이 아닌 목표방향과 직각을 이루도록 하세요. 즉, 어드레스는 처음에 공이 날아갈 방향을 향하고 클럽 페이스는 목표지점을 향하는 자세지요.

처음 공 보낼 쪽으로 어드레스

그럼 이제 스윙을 합니다. 스윙궤도는 당연히 어드레스한 몸 상태에 맞춰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왼쪽을 향해 정상적인 궤도를 그리도록 하는 거예요.

공이 왼쪽으로 날아가버리지 않겠느냐고요? 클럽 페이스가 목표방향을 향해 열려 있기 때문에 공이 끝까지 왼쪽을 향해 날아가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왼쪽을 향해 뻗어가다가 오른쪽 목표지점을 향해 선회하게 됩니다. 바라던 '바나나킥'이 공중에서 그려지는 것이지요.

그 원리는 이렇답니다. 왼쪽을 향해 스윙을 했지만 클럽 페이스가 오른쪽의 목표방향을 향해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아웃→인사이드' 스윙을 한 셈이 돼요. 그러면 오른쪽으로 사이드 스핀이 걸리면서 공이 날아가다가 지면에 다가갈수록 오른쪽으로 휘어지게 되는 거지요. 시계바늘에 비유해 볼까요. 12시 방향을 바라본 상태로 서 있다고 가정할 때 직선 타구는 스윙 궤도가 6시에서 12시 방향을 가리키겠지만 페이드 샷을 할 때는 대략 5시에서 11시 방향이 되는 거예요. 사진B에 그려진 두 개의 스윙 궤도를 비교해보면 이해가 갈 거예요.

클럽페이스는 목표지점과 직각

어떤 사람들은 페이드 샷을 하기 위해 그립을 변형시켜 잡기도 하는데 저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저는 마치 배꼽이 클럽보다 먼저 지나간다는 기분으로 페이드 샷을 해요.

페이드 샷을 잘하는 골퍼를 꼽으라면 닉 팔도, 리 트레비노, 잭 니클로스 등을 들 수 있어요. 이렇게 까다로운 샷을 자신만의 주무기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지요.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페이드 샷을 시도하는 건 금물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틈틈이 훈련을 하면 페이드 샷은 생각보다 치기 쉽답니다. 자신감을 갖고 시도해 보세요. 다음 주엔 페이드와 반대로 공이 왼쪽으로 휘어 날아가는 '드로(draw)'샷에 대해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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