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호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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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타이거 우즈가 여자친구 린지 본(작은 사진)을 응원하러 스키장을 찾았다가 보도진 카메라에 부딪혀 앞니가 부러지는 봉변을 당했다. [코르티나(이탈리아) AP=뉴시스]

타이거 우즈(40·미국)가 그야말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기더니 2015년 벽두엔 스키 선수인 여자친구 응원을 갔다가 앞니가 부러지는 봉변을 당했다.

 우즈는 20일(한국시간) 여자친구 린지 본(31·미국)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대회장을 방문했다. 그는 본에게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현지로 날아갔다. 우즈는 선글라스에다 해골무늬가 그려진 마스크까지 쓰고 사람들의 눈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보도진이 들고 있던 카메라와 충돌하는 바람에 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신분이 노출됐다.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는 “카메라 기자들이 시상대로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어깨에 ENG 카메라를 멘 미디어 관계자와 우즈가 부딪혔고, 우즈의 이가 부러졌다”고 설명했다. 이가 깨진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우즈는 망신살이 뻗쳤지만 치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회 관계자는 우즈의 사고에 대한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대회 보안 담당자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즈가 대회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카트 탑승을 요구했다. 그래서 텐트까지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즈는 여자친구에게 감동을 주는 데는 성공했다. 본은 이날 수퍼대회전(1분27초03)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여자 알파인 스키 사상 최다승(63승) 기록을 세웠다. 본은 우즈의 깜짝 방문에 무척 놀라워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이었다. 본은 “우즈가 경기장에 온다고 생각지도 못했다. 우스꽝스러운 마스크를 쓴 그를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랐다. 곧 골프 대회가 열리는데도 먼 곳까지 달려와서 내가 스키 타는 것을 지켜봤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곧 우즈의 앞니가 부러진 것을 발견하고는 상심한 표정이었다.

 한편 본의 어머니 린지 런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우즈를 만나봤는데 휼륭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며 ‘예비 사위’에게 합격점을 줬다. 우즈와 본은 2013년 3월에 교제 사실을 공식 발표했고, 최근 결혼 임박설이 퍼지고 있다.

 우즈는 29일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에 올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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