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진 고질병 '리베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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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동통신 시장이 다시 리베이트(판매장려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통사들이 홈페이지에 공시하는 합법 지원금과 별도로, 판매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 액수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다. 이 리베이트의 일부를 판매점들이 불법 보조금으로 쓰면서 이통사 간 가입자 뺏기 싸움이 재현됐다. 특히 ‘3밴드 광대역 LTE-A’ 통신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SK텔레콤과 KT 간 신경전이 번호이동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3일간 번호이동 시장에서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자사 가입자 6423명을 빼앗겼다. KT가 지난 16일까지 경쟁사에서 유치한 가입자 증가분(1156명)도 일시에 마이너스 5000명 선으로 급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5391명을 유치했고, LG유플러스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KT는 20일 “KT에서 이탈한 가입자의 75%(4850명)가 SK텔레콤으로 옮겨갔다. SK텔레콤이 인기 단말기에 리베이트를 크게 올려 지급해 통신시장 경쟁을 과열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T 측은 “17일부터 단말기 4종에 대해 지원금을 올리고 1종의 출고가를 내리자 주말동안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효과”라고 반박했다. 또 “KT는 인기 단말기 재고가 부족해 가입자를 빼앗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지난주 리베이트를 경쟁적으로 올린 정황은 뚜렷하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도 리베이트가 최고 50만원(기기 1대 기준)까지 올랐다. 평소(30만원선)보다 20만~30만원 많은 액수다. 지난해 11월 초에도 리베이트가 75만~80만원 선까지 오르며 아이폰6 대란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리베이트는 당시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다만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많아 실적 경쟁이 치열한 신년인 데다, 통신사별로 인기 스마트폰의 재고 물량이 달라 리베이트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리베이트 액수를 높이면 유통망에서는 ‘불법 보조금으로 쓰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공평하게 적용되는 지원금과 달리 리베이트는 특정 소비자에게만 추가할인 혜택을 줄 수 있어 가입자 유치 효과도 바로 나타난다.

 논란이 계속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부터 실태 점검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방통위가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은 11월 초 ‘아이폰6 대란’을 포함해 이번이 두 번째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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