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전기밥통 성능이 좋아진다|일제소동이후 업계 연구기관서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2월 우리 나라는 유례없는 일제전기밥통소동에 휘말려 호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국산밥통에 넣은 밥은 「한나절만 지나도 냄새가 나고 색깔이 변하는 데다 말라버려 밥맛이 나질 않는다」는데 반해 일제밥통은 「밥을 3일간 넣어두어도 변질이 없다」는 항간의 평가가 일제밥통의 반입을 부채질했던 것.
82년 한해만해도 1만5천개의 일제밥통이 국내에 들어왔고 이에 따른 국내밥통메이커가 도산, 작년만 해도 5개 사가 문을 닫았다.
결국 정부는 국산전기밥통의 품질제고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개선대책을 마련, 현재 연구기관과 업계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늦어도 9월말이면 개량밥통이 선을 뵐 것 같다.
국산전기밥통이 가지고있는 문제점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밥통내부의 특수코팅처리고 두번째는 뚜껑의 패킹, 세번째는 외부도장이었다.
지금까지의 국산밥통은 순 알루미늄소재에 양극산화피막만 입혀 처리했기 때문에 온도조절에 의한 밥맛과 색깔의 유지가 어려워 12시간만 지나도 밥색깔이 변하고 냄새가 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특수피막처리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곳은 한국기기연구소(K1MM)와 한국후지카 등 2곳.
KIMM은 순 알루미늄 소재에 마그네슘과 망간을 첨가시켜 강도가 높은 밥통내부재료를 만든 다음 특수피막코팅을 함으로써 장시간의 보온과 밥맛유지가 가능토록 만들고 있다.
이것이 실제 밥통제작에 쓰이려면 앞으로 2개월쯤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KIMM금속공학부장 전재진박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국산코팅방식은 현재 일본이 전기밥통내부표면처리에 쓰고 있는 테플론코팅기술과 맞먹는 고도의 코팅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한국후지카에서는 테플론코팅보다는 못하지만 전기밥통의 보온 및 내열에는 손색이 없는 재질산화피막처리기술을 개발, 시제품을 만들어 냈다.
이와 함께 보온밥통내부재질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알루마이트의 두께를 20미크론까지 높였는데 자체 실험결과 내식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뚜껑의 패킹은 그사이 국산수지의 내열성이 약해 온도가 올라가면 뒤틀림 현상이 일어나 증기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이와 함께 이렇다 할 패킹처리가 없어서 밥이 마르고 변색되는 주요원인이 됐었다.
특수내열성수지의 개발은 (주)럭키와 한남화학에서 추진, 럭키가 지난 5월 엔지니어링플래스틱의 개발에 성공해 이를 재료로 쓰기로 했다. 증기의 누출을 막기 의한 패킹의 소재로는 공해가 없는 실리콘고무가 적합한 재료로 채택됐다.
외부도장은 그간 일반페인트를 써서 얇은 폴리에틸렌 코팅을 하는데 그쳐 껍질이 쉽게 벗겨지고 퇴색돼 문제가 됐었는데 최근 대한잉크에서 특수도장용 페인트를 국산화했다. 이 특수도장 페인트는 칼로 1㎜간격으로 사방으로 그어도 벗겨지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품질수준을 보였다는 것.
현재 개선된 전기밥통을 시중에 내놓고 있는 회사는 한국후지카. 지난 9일부터 10인용 전기밥통을 4만원수준으로 선을 보였다.
회사측은 새로 개발한 재질산화피막처리코팅과 실리콘 고무패킹, 그리고 특수도장처리를 한 이 밥통의 품질이 일제밥통과 같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평가는 내려지지 않고 있다.
공업진흥청 김항내 안전관리과장은 『오는 9월까지 일단 국내전기밥통을 적어도 소비자들이 불평 없이 쓸 수 있도록 완벽하게 개선해 놓겠다』고 자신 있게 설명하면서도 그러려면 자연히 생산원가가 높아져 전기밥통의 판매가격인상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되고있는 전기밥통은 2만3천엔(6만9천원)∼2만7천엔(8만1천원)수준인데 비해 국산은 3만1천∼3만5천원이었는데 개선된 전기밥통은 최소한 4만∼4만5천원 정도는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윤재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