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지진] 수업 중 여학생 250명 떼죽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동북쪽으로 200㎞ 떨어진 파키스탄.인도 접경 산악지역에 있는 발라코트에선 학교들이 지진의 여파로 주저앉았다.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교실에 앉아 있던 어린 학생들은 위에서 쏟아지는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됐다. 한 공립학교에선 200여 명의 학생이 무너진 건물 밑에 깔렸다. 사립 샤힌학교에선 학생.교사 650명이 4층 건물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이 소식을 들은 부모들이 달려와 삽.곡괭이 등을 들고 무너진 건물 더미를 파헤치면서 아이들을 찾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곳곳에서 "누가 우리 아이들 좀 꺼내 줘요"라는 부모들의 울부짖음이 진동했다. 샤힌학교에서는 부모들이 가까스로 학생 6명의 시신과 부상당한 학생 19명을 구조했다. 여학생 부스라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막 달렸지만 순식간에 갇혔고 목까지 묻혔다"고 악몽의 순간을 회상했다.

로이터 통신은 9일 발라코트의 참혹한 현장을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발라코트의 주택 가운데 절반이 무너졌고 곳곳에 시신들이 방치돼 있다"며 "이 마을 주민 2만여 명 가운데 2500여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내.어머니와 네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주민 하지 나와즈씨는 "사방이 흔들리며 산에서 돌덩이가 굴러 떨어져 순식간에 마을의 절반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기자는 "다른 도시로 통하는 모든 길이 산사태로 막혀 약 8km를 걸어서 발라코트에 들어갔다. 도중에 105구의 시신을 목격했다. 시신들을 길거리에 내놓고 매장하려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8일 오전(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시내의 10층짜리 아파트 붕괴 현장을 목격한 레흐마툴라는 "건물이 무너져 한동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먼지가 좀 걷힌 뒤 주변을 보니 구조대원들이 한 남자의 다리를 절단하고 그를 끌어내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붕괴로 일본 대외협력기구(JAICA) 직원이 두 살짜리 아들과 함께 매몰돼 숨졌다. 무너진 고층 아파트 두 개 동엔 75가구가 입주해 있었다.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과 노스웨스트 프런티어주. 카슈미르의 주도 무자파라바드에선 최소 1600여 명이 사망하고 도시의 75%가 파괴됐다. 또 바그, 라왈라콧 등의 숱한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노스웨스트 프런티어주 만세라 지역의 한 여학교에선 250명의 학생 시신이 발견됐다. 인도 당국도 자국령 카슈미르에서 순찰 중이던 군인 15명을 포함해 3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전 까마귀를 비롯한 조류가 이상 행동을 보여 동물의 재해 예지 능력이 또다시 입증됐다. 로이터 통신은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까마귀들이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AFP 통신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새들이 갑자기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둥지를 떠난 직후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 카슈미르=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북동부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 면적은 22만㎢로 한반도와 비슷하다. 히말라야 산맥의 고산지대를 끼고 수려한 계곡이 많아 관광지로 유명했으나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력충돌이 50여년간 이어졌다. 이번 지진은 진앙지와 카슈미르 지방의 양국 분할선을 거의 직접적으로 강타했다.

유상철 기자.외신종합

본사 천인성 기자 현지 급파
본사 사건사회부 천인성(사진) 기자가 9일 현장취재를 위해 파키스탄으로 출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