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들이 노인으로 분장한 사연…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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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재커리 스콧(Zachary Scott)이 최근 공개한 사진은 매우 특별하다.

6장의 사진에는 각각 4~5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흰머리에 수염을 달거나 안경을 낀 노인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바지·카디건 등도 모두 어르신들이 입을 법한 옷이다.

완벽하게 노인 분장을 한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한데 사실 이 사진들은 단순히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보기 위해 찍은 게 아니다.

이 사진들은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What if Age Is Nothing but a Mind-Set?)’ 기사에 함께 실린 이미지다. 기사의 내용은 미국 하버드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 엘렌 랑거(Ellen Langer)가 1981년 했던 실험의 결과가 바탕이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랑거는 완벽하게 1959년의 모습을 재연한 공간을 마련하고 75세 할아버지들에게 며칠 동안 1981년이 아닌 1959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지내달라고 부탁했다. 연구팀은 노인들이 이 공간에서 생활하기 전과 일주일 간의 실험 후 근력·자세·이해력·인지능력·단기기억력 등 노화에 따라 위축되는 다양한 신체 기능들에 대해 검사했다.

그 결과 뇌 기능이 청소년기 이후로 그대로 유지되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차 쇠퇴한다는 기존의 이론과는 달리 노인들의 신체 기능은 대다수 항목에서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신체가 유연해지고, 손으로 쥐는 힘도 크게 증가했으며 시력과 기억력도 개선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실험 전후의 참가자 사진을 비교했을 때 실험 이후 사진이 평균 3살 정도 더 젊어보인다는 반응이었다. 환경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신체적 나이마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아이들을 노인으로 분장시킨 스콧의 사진은 마음가짐에 따라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기사의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재커리 스콧의 또다른 작품들은 그의 웹사이트(http://www.zacharyscottphoto.com/)에서 볼 수 있다.

김지향 인턴기자 monkey1015@joongang.co.kr
[사진 재커리 스콧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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