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김무성 대표의 보육교사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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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버럭 화를 잘 낸다. 지난해 11월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때 책상을 내리치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나무랐다. 김 대표의 노기가 또 터졌다. 인천 K어린이집 학대 사건 때문이다. 16일 새누리당 안심보육 현장정책 간담회에서 중반까지는 차분히 지나갔다. 마무리 단계에서 화가 폭발했다.

 “평소 그 선생(아이를 때린 양모 교사를 지칭)한테 조짐이 있었다면 (동료 교사들이) 막았어야지요.”

 사태의 원인 중의 하나로 K어린이집 양모(33) 교사의 동료 교사를 지목한 것이다. 주변에서 “다른 선생들은 상황을 모를 수도 있다”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소용 없었다. 김 대표는 “그렇게 애를 때렸으면 막았어야지. (중략) 같이 있는 선생 모두가 책임”이라고 강도를 더 높였다. 그리고 “쯔쯔” 혀를 찼다. 마지막에 한 번 더 못을 박았다. “감시 의무감을 가지고 … 동료 교사가 이상한 빛이 있으면 원장에게 말해서 막았어야죠.”

 김 대표의 말은 일견 맞는 듯하다. 현행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를 보면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어기면 50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하지만 ‘법 따로, 현실 따로’다.

 한 가정어린이집 교사의 고백이다. “동료 교사를 신고할 수 없다. 그 순간 지역 원장들이 공유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계속 보육교사 일을 하려면 절대 그럴 수가 없어요.” 2년 전 대구에서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김 대표는 CCTV 의무화에 집중한다. 18일에는 집에서나 스마트폰으로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필요한 대책임에 틀림없지만 다소 지엽적이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의 행위자가 교사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교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잘못된 제도가 깔려 있다. 이 정부는 2012년 대선에서 무상보육 공약 덕분에 상당한 표를 받았을지 모른다. 그 후유증이 지금의 아동 학대다.

 이 정부는 무상보육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올해만 여기에 약 10조원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학부모는 불안하고 보육교사는 힘들고 아이들은 고달프다. 어린이집 원장도 원가가 낮다고 불평한다. 행복한 사람이 어디에도 없다. 새누리당은 아동학대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보육교사의 책임만 보지 말고 제발 두루두루 둘러봤으면 한다. 원점 재검토, 가장 필요한 대책이다. 나무만 보고서 잔가지 몇 개를 치고 지나가면 제2의 K어린이집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