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워싱턴의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미국의 정.관계, 재계.학계 핵심 인사들을 두루 접촉해 자신의 정치철학과 미국관 등을 설명했다. 회담 성공을 위한 사전 분위기 만들기에 전력한 것이다.
◆링컨과의 만남=盧대통령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해 온 링컨 대통령 기념관을 찾았다. 盧대통령은 관리인의 설명을 들은 뒤 "건물의 재료 하나하나가 화해와 통합을 상징하는 조형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니 미국도 분열과 갈등이 심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또 "1922년 완공됐다는데 통합을 상징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가슴에 와닿는다"며 "어느 사회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盧대통령 내외는 이에 앞서 알링턴 국립묘지와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존 W 베시 예비역 대장 등 미국 전역에서 모인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 7명을 숙소인 영빈관에서 만난 盧대통령은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듯이 여러분은 한국의 좋은 친구이자 영원한 친구"라고 말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와의 대화=우드로 윌슨 센터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만찬 간담회에는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와 전직 고위 관리 70여명이 모였다.
브렌트 스카우크로프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매들린 올브라이트.키신저 전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의 모습도 보였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내가 따로 대통령에게 할 얘기가 있다"며 3분간 귀엣말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해스웨이 우드로 윌슨 센터 부소장).
▶盧=현재 그 같은 마지막 단계에까지는 와 있지 않다고 본다. 가상적 질문에 답하면 경제 등에 불안 요인이 생긴다.
-미국에 와 보니 기대했던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커트 캠벨 CSIS 부소장).
▶盧=눈에 안보이는 여러가지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룩하지 않으면 같이 국제경쟁을 해나가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미감정 치유책이 뭔가(데이비드 앱사이어 CSIS 하와이 지부장).
▶盧=미국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지녔던 사람들의 다수가 대선 때 나를 지지했다. 이들은 내게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바탕으로 설득하고 만나겠다.
◆퍼스트 레이디 회동=백악관을 찾은 권양숙(權良淑)여사를 맞은 로라 부시 여사는 시종 盧대통령과 링컨 대통령의 유사점을 화제로 삼아 노예해방 선언 당시 사용된 내각 회의실, 링컨이 친필로 쓴 노예해방 선언서 등을 소개하고 설명했다.
權여사는 로라 여사의 '어린이 책 읽어주기', 딕 체니 부통령 부인인 체니 여사의 '유아 언어교육법'에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