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22일까지 「검여 유희강전」|좌수서·우수서·문인화 등 2백여점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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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좌수서로 인간승리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 「검여 유희강전」이 4일부터 22일까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현대미술관이 우리나라 미술발전에 많은 공적을 남긴 작가를 초대하는 원로작가전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 유가족과 소장가들이 내놓은 우수서·좌수서·문인화. 유화 등 2백여점의 작품과 생전에 고인이 아끼던 유품도 전시되었다.
전시장(1실)에 들어서면 맨먼저 눈을 끄는 34폭짜리 대병이 있다. 이작품은 검여가 영조때 사람으로 시서화에 뛰어난 문인 석북 신광수가 지은 『관서악부』를 좌수로 쓴 호방한 작품.
석북이 「백팔번뇌」를 마음에 두고 1백8수로 연작한것을 검여가 중풍과 싸우면서 왼손으로 썼다.
중국 대화선지 34장에 3천24자의 시를 쓴 우리나라 서예사상 최장·최대의 작품이다.
『완당쟁게』(1965년작·박정현소장)는 탑형으로 구성한 수작.
애제자 송천 정하건이 내놓은 『세질민순』(1971년작)은 기교를 떨쳐버린 탈속한 좌수서로 평가되고 있다. 앞에 허를 놓고 뒤를 꽉차게한 구도는 마치 완당의 공간처리를 방불케하고 있다.
『홍매도』(1976년작·이우복소장)는 문기가 넘치고 표일한 맛이 넘치는 작품-.
오창석 문인화를 능가했다는 평자도 있다.
1975년 불심에 귀의, 건강을 회복하려는 간절한 소망으로 쓴 전서 『무량수불』옆에 그린 좌선하는 사람은 보는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울주에있는 선사시대 동물암각화를 탁본, 그위에 쓴 『의춘백녹』(1976·구자무소장)은 탁본과 서예를 대비, 서예작품의 새로운 구성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수 없다.
검여는 각체를 다 잘쓰고 획이 웅장하여 서미가 독특하지만, 그의 필력과 학식에 뿌리를 둔 문인화도 빼어난다.
마지막 작업으로 병중에 절차탁마한 종정문과 갑골의 섭렵은 검여예술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검여는 1911년생. 명륜전문을 졸업, 중국에 건너가 북경동방문화학회에서 중국서화와 김석학을 연구했다.
검여는 50세이후부터 전례와 북비의 진수를 채득하고 마침내 자가의 서풍을 이루었다.
68년 뇌일혈로 오른쪽이 마비, 좌수서로 서맥을 잇다가 76년에 타계했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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