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베를린의 장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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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늙수그레한 터키의 택시운전사가 서독정부를 꼬집었다.
그도 전후 폐허가 된 도시를 복구할 때 영주권보장을 미끼로 불러들인 외국인 노동자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을 몰아내려는 여론이 강력히 일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덧 택시는 시청앞 케네디광장에 이른다. 이 시청앞 광장은 재미있는 곳이다.
평상시에는 대단위 주차장으로 무려 8백여대의 차량이 붐비는 이 광장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에는 정기적인 장터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차장을 폐쇄하고 우리네와 비슷한 장날을 개장한다.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으로 핫도그서부터 헌 가구류까지 없는게 없을 정도다.
위기와 긴장이 상존하는 서베를린에서 이런 전통적인 시장이 어김없이 열린다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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