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경기장이 데이트 새명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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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초여름의 시원한 야간경기장에 데이트족의 쌍쌍 관람객이 부쩍 늘고 있다.
3일밤 서울 잠실야구장-. 프로야구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야구장입구에 초저녁인 하오6시부터 젊은 데이트군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손에 음식꾸러미를 들고 모여들었다.
경기장입구와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지하도입구에는 파트너와 친구·가족을 기다리는 청소년을 비롯한 직장인들이 진을 치고 앉아있어 새로운 풍속도를 보이고있다.
경기관람겸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이 주류를 이뤘고 어린아이를 안은 젊은부부도 그 절반은 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음식을 비닐백에 넣어 들고 들어가고 있어 저녁식사를 하며 야구관람을 즐기려는 단단한 준비자세를 보였다.
경기장에 술 지참이 금지되자 일부 상인들이 관람객을 가장, 소형 플래스틱병에 술을 넣어 물인 것처럼 위장, 백속에 감추고 젊은이들에게 파는 모습도 보였다.
하오7시가 넘어서자 야구장안에는 7천8백여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외야석 쪽엔 주로 10대청소년 데이트족들이, 1, 3루 지정석 부근엔 20∼30대의 대학생·직장젊은이 데이트족들이 많았다.
관중의 15∼20%는 이들 데이트군으로 서로 음식을 먹여주며 어깨를 다정하게 껴안는 정겨운 모습을 보였다.
데이트군이 몰려 앉은 1, 3루 스탠드 중간쪽과 외야쪽엔 15명이 앉는 좌석 한줄에 2∼3쌍 정도는 데이트족.
경기장안에는 행상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음식점에서 미리 김초밥이나 도시락을 주문해 싸가지고 와서 저녁을 먹거나 보온병에 아이스크림까지 담아온 철저한 준비파에서부터 햄버거·빵·청량음료·맥주·오징어 등을 매점에서 사들고와 저녁을 때우는 즉석파까지 갖가지.
특히 헤드폰을 끼고 중계를 들으며 경기를 관람하는 열성 여성팬이 많다.
애정표시도 갖가지로 한쪽쌍이 다정히 김밥을 서로 먹여주면, 다른쌍은 오징어를 찢어 입에 넣어주는 등 정다운 모습도 많다.
경비원들에 따르면 외야쪽에선 다소 노골적인 애정표시를 하는 쌍들이 있었으나 최근 경비원들이 늘어 대부분 점잖은 매너를 보인다고.
이날 야구장에 데이트겸 구경을 나온 이양일군(23·경희대3년)은 『데이트비용이래야 두사람 입장료 6천원과 간식비를 합쳐 l만원정도면 되기 때문에 주l회 정도 야간경기장에 온다』고 했다.
이군은 대개 밤10시 전후면 경기가 끝나는데 집이 역삼동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쉽게 돌아갈 수 있고 가다가 강남지역의 디스코클럽이나 아파트단지내 어린이놀이터 등에서 2차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 야간경기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쌍의 여성파트너 최영아양(24·럭키금성사 근무)은 『남자파트너가 야구를 좋아해 함께 따라다녔더니 이제는 취미를 붙이게됐다』며 『경기장시설이 전보다는 좋아졌으나 좌석에서 검댕이 묻는 등 불결해 청소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며 라디오중계에 귀를 기울였다.
최양은 또 경기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40여명의 청원경비원들이 장내정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간혹 지나치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눈에 거슬린다고 일침을 놓았다.
약혼녀와 함께 온 한영화씨(28·서울 반포동·상업)는 『저녁때 야외나들이는 시간상 어렵고 경비가 많이 들뿐 아니라 컴컴한 극장안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경양식집을 뱅뱅돌기도 따분해 야간경기장을 데이트장소로 택했다』며 입장료를 포함해 1만여원을 들이면 『김밥이나 햄버거·음료수 등으로 저녁을 때우고 시원한 밤바람도 쐴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했다.
아내와 3살짜리 아들까지 대동, 일가족이 출동한 서형준씨(32·서울 돈암동)는 『오랜만에 가족외출을 해도 시내에서는 인파에 밀리고 갈곳도 마땅치 않아 평소에 좋아하는 운동경기관람을 택했다. 외국처럼 좀더 안락하게 좌석을 만들어 편안하게 쉬며 관람을 즐겼으면 한다. 매점도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잠실야구장의 경비를 맡고있는 경비원 길형춘씨(34)는 『지난 5월말부터 야간경기를 시작한 후 평일의 관중이 꽤 늘었으며 특히 데이트겸 관람을 오는 남녀가 10%는 는것 같다』 며 『최근들어 관중의 30%가까이가 여성팬들이어서 데이트군이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길씨는 이제 여성들도 경기규칙이나 선수이름을 더 잘알며 헤드폰을 끼고 열심히 중계를 듣는다고 했다. <김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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