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별 것도 아닌「프로」, 두국이 동시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시청률 확보를 위한 대결편성의 폐단은 수없이 지적되어 왔지만 지난주 두방송국의 특집 경우에도 이점이 드러나 불만이었다
4일 KBS제1TV와 MBC-TV는 하나같이 오전에는『남도체육대회』를 오후에는『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를 동시에 방영했고 5일에도 같은 시간대에 축구경기를 중계했다.
경남과 전남도민의 우의와 조화를 내걸고 양쪽 출신의 몇몇 고교스포츠팀의 친선경기를 다투어 생방영한 자세에 호감이 안갔다
우선 경기수준의 차원을 떠나 두 도끼리의 친목행사에 시청자의 관심이 범 국민적일까 하는 의문이다
『대통령배 축구대회』중계도 그렇다. 전국규모의 두TV가 똑같은 경기중계로 정면대결한 것은 시청자에게서 채널선택의 기회를 빼앗고 다채로운 프로그램편성을 포기한 결과가 됐다
시청자들의 채널선택의 탄력성이 커가는 현상을 감안하거나 다계층의 시청취향에 부응하는 편성이 민주사회의 기본정신이란 점을 놓고 볼때 편성의 획일성은 자칫 경직성을 낳아 다양한 시청자의 선호를 저버릴 위험이 크다. 말하자면 전국의 시청자가 축구팬만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청룡기쟁탈 고교야구대회』에 관한 취급이 소홀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드라머에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이나 기억을 심는건 대사다. 극중의 말투가 쉽게 유행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요즈음 계도성을 앞세운 드라머중엔 대사나 말씨가 엉망인 경우가 흔해 탈이다.
그 보기로 MBC-TV의 『새댁』에서 어머니에게 아내를『제처』로 호칭하는 것, 사회적 모럴에는 눈감고 웃기면 능사라는 식의『다녀왔읍니다』야 논평가치도 없지만 중류가정의 문화의식을 제시하겠다는 KBS제1TV의『보통사람들』조차 제수 앞에서 동생을 가리켜『영호』하며 이름을 부른다.
언어예절을 다루는 기구가 생겨 드라머의 표현을 정합하는 일을 해냈으면 좋겠다. 신규호<방송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