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뼈깎는 自淨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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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검찰권 독립이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주장하기 앞서 검찰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자정(自淨)작업이다. 사정기관의 중추인 검찰의 오염은 국가 기강의 해이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검의 고강도 감찰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검찰 주변에는 비리나 의혹이 너무 많다. 경찰에 붙잡힌 법조 브로커의 휴대전화에 현직 검사 20여명의 이름이 들어 있었지만 한달이 넘도록 오리무중이다.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법조 브로커는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로 풀려나 버렸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일자 뒤늦게 대검 감찰부가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성격상 감찰조사보다 수사부서로 넘겨 처리해야 옳다고 본다.

수도권의 한 부장급 검사는 억대의 아파트 입주금을 대납시킨 혐의로 조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밖에 영월지청 검사와 직원들은 2001년 4월 강원랜드 카지노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스몰카지노 호텔의 7개 객실과 식당 등을 하루 동안 무료사용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 본연의 임무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비리.부정이라도 검찰은 다른 기관보다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쉬쉬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관대하게 처리했다. 또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검찰 내부비리를 엄정하게 수사하려 하면 '제 식구 잡는다'며 비난하는 풍조마저 있었다. 감찰부는 구색맞추기의 형식적인 조직에 불과했다. 이처럼 검찰의 비뚤어진 관행이 자체 비리를 조장하고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부방위의 국가기관 부패지수 설문조사에서 법무.검찰이 최상위를 차지한 것도 충격이다. 체감적으로라도 검찰이 부패기관으로 손꼽힌다는 것은 검찰의 불명예요 국가적인 수치다. 이번 자정작업은 검찰의 존재 의미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검찰간부들은 뼈를 깎는다는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