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일일 교사'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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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목(徐承穆)교장 자살사건 이후 전교조 교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며 열흘간 자녀 등교를 막았던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 학부모들이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단에 선다.

자모회장 강미자(37)씨 등 학부모 7명은 이날 '일일 교사'로 초빙돼 오전 10시부터 한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학창시절 은사에 대한 추억, 스승에 대한 존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수업을 이끌어가게 된다.

5학년 수업을 맡게 된 신중길(45.이리교회 목사)씨는 "아이들이 한달여 전의 일을 잊은 듯 밝은 모습으로 생활해 다행"이라며 "학창시절에 생각했던 장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날 교직원 13명 전원을 인근 식당으로 초대, 점심 식사를 대접하며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자녀 지도에 관해 의견도 나눌 예정이다.

학교운영위원장인 김우영(40)씨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며 "스승의 날이 학교 측과 학부모들 사이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앙금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성초교는 최근 학교를 새롭게 단장했다. 교실 도색을 새로 했고, 담장과 전기시설도 보수했다. 한 시민이 기증한 커피자판기에서 교감이 교사에게, 교사가 교장에게 차를 뽑아 권하는 일이 예사로 이뤄진다. '차(茶)시중'시비는 이제 '옛일'이 됐다.

윤웅섭(53)교감은 "우리 학교에서 교단 갈등이란 말은 찾을 수 없다"며 "지난달에는 학생 두 명이 전학와 학생이 늘어나는 경사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교사들과 학부모 38명 중 30명, 전교생 63명이 과천 서울랜드로 단합대회 겸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그러나 전교조 충남지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이 학교 학부모를 상대로 낸 고발사건은 아직 취하되지 않아 徐교장 사건의 아픈 흔적으로 남아 있다.

예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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