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왜 막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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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과학기술원 전산센터가 내놓은「서울특별시 교통개선방안에 관한연구」는 갈수록 심해지는 서울등 대도시의 교통난 해소를 위한 최초의 종합적인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교통부로부터 7억7천여만원의 용역비를 받아 착수한 이 작업중 지난1년간의 조사·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그중에서도 도심지 교통난의 최대 원인은 우회도로의 미비등으로 차량의 53%가량이 필요없이 도심을 통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부분의 버스노선이 도심지를 통과하게 짜여져 있어 가뜩이나 도로율이 적은 서울의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러시아워의 종노에는 6초마다 한대식 시내버스가 지나고 있어 정류장마다 버스들은 마치 열차처럼 줄지어 서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청색과 홍색으로 나누어 도심지에서의 버스의 격번 정거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그 것이 교통난 완화에 얼마만큼 도움믈 주는지는 알기 어렵다.
비단 버스 뿐 아니다. 서울시만해도 늘어나는 차량은 하루평균 1백50대꼴이나 된다. 간선도로를 온통 파놓다시피한 지하철공사가 장애이긴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그것은 대단치 않은 원인에 불과하다.
지금의 추세대로 차량이 늘어난다면 언젠가 서울의 교통은 아주 마비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심지의 교통마비는 시민의 발을 묶어 불편을 줌은 물론,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가 될게 틀림없다.
그동안 서울시는 나름대로 인구 및 교통량의 증가를 예측, 우회도로의 건설, 강변도로의 확충등을 해왔으나 과학기술원의 보고내용을 보면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워가 아니더라도 강변도로중 많은 곳이 이미 정체현상을 빚고 있으며, 가령 태능에서 도봉동으로 가는 우회도로만 해도 교통량이 많이 늘어 원활한 소통을 못시키고 있다.
도심지의 교통이 변두리의 교통망과 밀접히 관련됨은 두말할 어지도 없다. 서울이 거대도시화하면서 다핵기능의 도시로 만드는데는 실패했지만 변두리에서 변두리로 가는 교통량은 엄청나게 늘어난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도로망이 없어 많은 차량이 할 수 없이 도심지를 통과한다면 교통난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인력의 낭비, 에너지의 낭비라는 측면에서도 하루 빨리 개선해야할 과제가 된다.
과학기술원의 보고서는 또 수도권위성도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도로나 열차선로가 이미 수용능력을 넘었거나 포화상태에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미루어 서울의 교통지옥 해소는 단순히 교통문제일 수 만은 없다. 그동안 교통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되지 못한데는 정부부처간의 협조가 잘되지 않았거나 문제의심각성에 대한 인식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보고서는 대책으로 도시고속도로건설, 도심우회도로의 증설, 그리고 위성도시로의 도로건설 및 확장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그 방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교통문제 해결에 묘방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이번 보고서가 날로 심각해지는 대도시교통난을 완화하는 획기적 조치가 되길 바라면서 예산문제를 비롯해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이 순조롭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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