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머스크의 새로운 도전, 우주 인터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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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미국의 천재 억만장자 사업가 일론 머스크(44)가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머스크는 16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시애틀 사무소 개소 행사에서 “지상 약 1200㎞에 위성 수백 개를 띄워 전 세계를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얘기된 어떤 프로젝트보다 큰 규모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리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 외에도 최고급 전기차업체 '테슬라모터스', 태양전지판을 무료로 설치해 주고 생산한 전기를 장기 공급받는 '솔라시티' 등 혁신적 기업을 여럿 성공시켰다. 이번에 내놓은 아이디어는 지구저궤도(LEO, 지상 500~2000㎞)에 대규모 ‘통신위성 함대’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기존 통신위성은 대부분 지구정지궤도(GEO, 지상 약 3만6000㎞)를 이용한다. 이 궤도의 위성은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아 지상에서 보면 꼭 정지해 있는 듯이 보인다. 이 때문에 지상국과 24시간 접속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지상과 거리가 멀어 통신속도가 느리고 ‘시차’가 생기는 게 단점이다.

반면 지구저궤도 위성은 평균 수시간에 한 바퀴 꼴로 지구 주위를 돈다. 때문에 이 궤도에 위성을 올리면 통신속도는 높일 수 있지만 끊김 없는 서비스를 위해 위성을 여러 대 띄워야 하는 단점이 있다. 머스크는 이 프로젝트에 “5년 이상의 시간과 약 100억 달러(약 10조775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터넷 접속이 힘든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빠르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프리카 등 유선 통신망을 깔기 힘든 지역에 저궤도위성을 이용해 무선 인터넷을 서비스하겠다는 구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글로벌 IT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지난해 경쟁적으로 비슷한 계획을 밝혔다. 구글에서 이 사업을 담당했던 그레그 와일러는 '원웹'이란 벤처회사를 차려 2018년까지 위성을 쏘아올리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통신업계의 ‘공룡’인 퀄컴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구글은 이보다 낮은 고도(지상 약 20㎞ 성층권)에 대형 열기구를 띄워 무선 인터넷 중계기로 쓰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브라질 등에서 실제 테스트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위성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과 이를 값싸게 쏘아올릴 수 있는 로켓(팰콘9)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X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계약을 맺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정기적으로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로 발사비를 기존 업체의 10분 1 수준(1회에 약 574억 원)으로 낮춰고, 이를 더욱 낮추기 위해 1단 부스터를 재활용하는 기술까지 개발하고 있다.

머스크의 ‘우주 인터넷’ 아이디어는 그의 오랜 꿈인 ‘화성 식민지’ 개발과도 관련 있다. 그는 이 기술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화성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2년 자산의 로켓을 이용해 화성에 8만 명 규모의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같은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말 공개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우주 인터넷’ 사업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복안이다.

그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12살 때 직접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 천재로 유명하다. 10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 스탠퍼드대학원을 자퇴한 뒤 차린 인터넷결제업체 '페이팔'을 1800억 원에 팔아 억만장자가 됐고, 이 돈을 종자돈 삼아 평소 꿈꾸던 우주 개발, 태양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페이스X·테슬라모터스 등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벤처 기업을 잇따라 성공시켜 '세계 최고의 혁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한별 기자 ids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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