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지난 3년간 투자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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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에 1000만원을 은행 정기예금과 주식형 펀드(성장형)에 넣었다면 3년 뒤인 올 9월 손에 쥐었을 돈이다. 세금이나 펀드 수수료 등을 떼기 전 수익이 700만원가량 차이 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002년 연 4.71%에서 올해 8월 연 3.44%로 낮아졌다. 매년 원금과 이자를 다시 정기예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수익률은 연 4.01%다. 반면 지난달 22일 현재 설정액 100억원 이상, 3년 이상 된 성장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년간 81.46%에 달했다. 연평균으로는 21.97%에 해당한다. 이는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가장 수익을 많이 낸 펀드는 3년간 147%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안정성장형 펀드는 평균 연 14.11%, 채권 비중을 높인 안정형 펀드도 예금의 2배가 넘는 연 8.05%의 수익을 올렸다. 채권형 펀드는 올해는 수익률이 크게 나빠졌지만 3년 수익률은 연 4.03%로 예금과 비슷하다. 이런 평균 수익률을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해 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0년 뒤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성장형 펀드 수익률이 유지된다고 보면 10년 뒤 원리금은 7287만원으로 은행예금(1482만원)의 4.9배다. 그러나 증시가 계속 활황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꾸준한 수익률을 내는 안정성장형과 비교해도 예금과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안정성장형의 수익률을 현재와 같은 14.11%로 가정해도 10년 뒤에는 3743만원으로 불어나 예금보다 2.5배 많다. 실제 미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은 1980년대에 17.5%, 90년대에는 18.2%에 달했다. 물론 노후 등 장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를 주식형 등 고수익-고위험 상품에만 넣어 둘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연령.자산 규모.자금 목적 등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라고 조언한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30대 이하라면 주식형 비중을 약 75%까지 높인 시세차익 추구형을, 60대라면 주식형은 10% 이하로 하고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50%쯤 넣은 원본 추구형을 권한다"고 말했다.

*** "초등학생 때부터 투자 교육"

피델리티 재팬 부회장, 노무라SAS 사장 인터뷰

"노후가 불안한 젊은 층을 위해 투자교육에 정열을 쏟고 있다."(구라모토 야스오 피델리티 재팬 부회장.사진(左))

"단 몇 차례의 투자교육만으로도 자산 형성에 대한 자세가 바뀌는 것이 눈에 보인다."(오우라 요시미쓰 노무라SAS 사장.사진(右))

일본의 금융회사들은 요즘 개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산관리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투자교육의 중요성에 새롭게 눈 뜨고 있다.

구라모토 부회장은 최근 일본과 한국의 상황을 20~30년 전 미국과 유럽에 비유했다. 당시 고령화와 재정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과 유럽인들은 은퇴 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이때 금융회사들이 강도 높은 투자자 교육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간접투자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구라모토 부회장은 "특히 젊은 층은 연금 혜택이 줄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장기 분산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돕는 게 금융회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피델리티 재팬은 지난해에만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약 500회의 투자교육을 실시했다.

일본 최대인 노무라증권 그룹은 5~6년 전부터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투자자 교육을 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로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1위인 노무라SAS의 오우라 요시미쓰 사장은 "확정기여형 연금 가입자에 대한 교육을 연 5만~6만 명씩 진행한다"며 "2시간만 교육을 받고 나면 예금밖에 모르던 이들이 투자에 나서는 등 효과가 입증된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 그룹은 미래의 고객에게도 열심이다. 지난해에만 116개 대학에서 연 2만 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투자 강좌를 열었다. 초등학생을 위해 만화로 투자 입문서를 만들어 배포했고, 유력 일간지와 공동으로 중.고생을 위한 모의 투자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특별취재팀=표재용.나현철.이승녕.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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