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가 집값 올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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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김포.파주 신도시의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은 평당 7백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면서 일산 신도시.김포 사우지구 등 인근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신도시 인근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도 분양가를 올릴 태세다.

집값 안정을 위해 개발하는 신도시가 높은 분양가로 되레 주변 집값만 끌어올려 서민들의 주거불안만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지공급가 너무 높아=건설교통부가 밝힌 김포.파주 신도시의 택지공급가는 각각 평당 4백만, 4백40만원이다.

따라서 건축비.토지구입대금 이자.업체 이윤 등을 감안할 때 분양가가 7백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주택업계는 예상했다. 택지를 경쟁입찰로 공급할 경우 경쟁과열로 공급가가 상승, 분양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 텐커뮤니티 조사에 따르면 파주 신도시보다 교통여건이 훨씬 좋은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현재 평당 6백19만원. 김포시와 파주시는 이보다 낮아 각기 평당 4백64만, 4백11만원 정도다.

서울지역에서도 강북.금천.도봉.노원.은평.중랑구 등 6개구의 아파트값이 평당 5백81만~6백58만원 수준이다.

신도시 분양가가 서울 강북권이나 일산 기존 아파트값보다 높게 책정될 경우 주변 아파트값과 분양가가 동반상승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신도시 주변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은 분양가 상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오는 6월 파주시 금촌에서 아파트 5백여가구를 분양할 P사는 분양가를 평당 6백만원선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한주택공사가 지난해 11월 같은 지역에서 공급한 주공3차 평당 분양가 4백20만원보다 40% 이상 높은 것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주공 3차 분양권값이 평당 5백60만원 정도인데 민간업체라고 해도 6백만원은 너무 높다"며 "파주 신도시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이자 분양가를 마구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건교부가 택지공급가를 턱없이 높이자 분양을 준비 중인 업체들이 분양가를 더 올려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분양가 인상 도미도 현상이 벌어질 것 같다"고 했다.

기존 아파트값도 들썩=신도시 분양가가 높다는 소식에 주변의 기존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김포시 사우지구 내 동양 32평형은 1억9천만~2억원, 현대 22평형은 1억3천5백만원으로 신도시 발표 이전보다 1천만~3천만원 올랐다.

풍무동 신동아 41평형도 1천만원 이상 오른 2억1천만~2억2천만원을 호가한다.

사우동 B부동산 鄭모(43) 사장은 "신도시 개발로 지하철.도로 등 기반시설이 확충되는 데다 신도시 분양가가 올라갈 것으로 알려지자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일산도 최근 역세권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매물이 회수되면서 강보합세다. 이곳 중개업소 김모 사장은 "파주 신도시 분양가가 일산보다 평당 1백만원 정도 높을 경우 이곳의 기존 아파트값도 오를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도로 등 기반시설 비용을 정부가 일정 부분 분담해 택지공급가를 낮춰야 한다"며 "신도시의 분양가 상승으로 인근 집값이 덩달아 올라 부동산 거품만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택지공급가를 낮추기 위해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25.7평)초과만 경쟁입찰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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