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핵 배치 합의"|레이건 외교의 개가|막 내린 서방7국 정상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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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방7개국 경제정상회담에서 나온 첫 성명이 유럽 핵미사일배치를 재확인하는 내용이었다는 사실은 일단 미국 측 외교의 개가로 기록할만한 성과다. 미국은 제네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소 중거리 핵미사일 감축협상에서 소련이 배치한 2백43기의 SS­20미사일을 감축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12월부터 배치할 계획인 미국 측의 5백72기의 퍼싱Ⅱ및 크루즈 미사일을 유럽국가들이 실제로 배치하겠다는 서방측의 공동결의가 확실하게 표명돼야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성명으로 경제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서방지도자들로부터 미국 측 대소전략에 대한 단결된 의사표시를 얻어낸 셈이다.
그러나 이 성명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참가지도자들간에 많은 이견이 노출됨으로써 소련을 겨냥한 서방측 「결의」는 다소 약화된 흠이 있다.

<성명 7시간 지연>
원래 미국 측 계획은 이 성명서를 29일 정오쯤 마무리짓고 이번 정상회담의 본무인 경제문제를 다루려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명에서 발표가 7시간이나 늦어졌다. 이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반대는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에게서 나왔다.
그는 미사일문제는 나토의 테두리 안에서 거론돼야지 왜 경제정상회담에서 문제삼아야 되느냐고 반발했다. 프랑스는 나토가맹국이긴 하나 군사기구에서는 탈퇴한 입장이기 때문에 미사일문제에 과해 서명하기를 꺼렸다.
미사일배치 대상 국인 서독도 국내의 반대세력을 의식한 듯 미국 측이 제시한 초안의 자구가 너무 「호전적」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미국의 「리건」재무장관은 2·4분기의 미국경제가 5∼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각 국 대표들에게 말했다. 이는 금년 1·4분기 실적인 3.1%의 거의 두 배나 되는 것으로서 지금까지 나온 가장 낙관적인 예측보다 높은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경제가 이 정도의 성장을 계속하면 다른 조처 없이도 서방국가들을 불황의 늪으로부터 끌어내기에 충분하다는 낙관론을 설득시키려 했다.

<미 주장 정면도전>
그러나 이와 같은 미국 측 주장에 대해 나머지 6개국대표들은 예외 없이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장기적인 경기회복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반대의견으로 미국 측 입장에 도전했다.
외교란 원래 국내정치의 연장이기 마련이지만 정상회담처럼 각 국의 최고권력자가 참석하는 회의에서는 외교는 국내정치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음을 이 성명은 입증한 셈이다.
경제문제를 다루고 나오면서 「리건」미 재무장관과 「슐츠」국무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훌륭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으나 프랑스의 「자크·들로르」재무상은 기자들에게 『논란이 많았고 언쟁도 있었다』고 전혀 다른 표현을 썼다.

<대처, 레이건 지지>
각 국 대표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예상했던 대로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미사일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이견이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은 미국이 현재의 회복세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명하면서 「레이건」행정부가 2천억 달러에 가까운 예산적자를 줄이지 않는다면 금리는 오히려 다시 올라갈지 모르며 그렇게 되면 회복세는 반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건」과 같이 통화주의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영국의 「대처」여사는 유일하게 「레이건」의 경제정책을 지지했지만 그 조차도 『예산적자를 줄여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결론부분에서는 다른 유럽국가들과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서구가 2천2백만의 실업자를 갖고있어 국내정치에 불안요인이 되고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금리인하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시급하다는 점도 알고있지만 『경제회복을 위해 올 해안에 금리를 꼭 내려야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 같은 미국의 방관적 태도에 화가 난 한 유럽관리는 『미국인들은 모든 일이 저절로 잘돼나갈 걸로 보는 모양』이라고 불평했다.

<불 바터 성공풍문>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간의 견해차이는 결국 이 회담이 서로간의 견해차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끝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을 입증했다.
달러화의 강세현상에서 연유된 서방국가들간의 통화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범세계적인 회의를 열어 금융체제를 재조정하자는 프랑스 측의 요구는 이를 반대해온 미국이 태도를 누그러뜨림으로써 이를「검토」한다는 선에서 받아들여졌다. 풍문에 따르면 프랑스는 유러 미사일 관계 성명서에 합의해줌으로써 통화회의제의에 대한 미국 측 토의를 얻어냈다고 한다. <윌리엄즈버그=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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