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불량학생들 명단|경찰 "내라" "못낸다" 맞서|제자 고발 가슴 아파 학교측|수사권 발동 불가피 경찰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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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찰이 학교주변 폭력배 근절을 위해 서울시내 각 중·고교에 대해 불량·폭력서클과 범법학생들의 명단제출을 요구하고 나서 학교측이 비교육적인 처사라며 이에 반발하고있다. 서울시경은 문제학생들의 명단작성을 위해 지난 25일 23개 경찰서 수사과장회의를 열고 학생의 이름·가입한 조직명·생년월일·본적·전과사실·비행횟수·범죄개요 등을 양식(양식) 에 맞춰 1차로 28일까지 관할 경찰서에 제출해 주도록 하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각급 학교에 보냈다. 이와 함께 문교부도 30일 선도가 불가능한 학생에 대해서는 퇴학등 처벌과 함께 명단을 경찰에 넘기도록 전국 시·도교위에 지시했었다.
경찰은 신고된 학생에 대해서는 절대보안을 유지하고 신법을 보호한다고 약속했으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스승과 제자간의 신뢰가 상실되고 제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에 반대, 1차 통보 시한인 28일 현재 학교로부터 경찰에 통보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명단 통보여부를 결정 짓지 못한 일선학교에서는 지난 27일 서울시 교위에 경찰협조 요청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서울 D상고의 경우 경찰이 요구한 명단통보 대상은 교육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지도대상까지 모두 포함하고있어 학교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정, 지난 28일 경찰서 단위의 협의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통고했다.
D고교는 이에 따라 앞으로 적발되는 학생가운데 교사의 책임상담과 특별수련 등을 통해 시정하고 끌까지 선도가 안될 경우, 경찰에 넘겨 처벌을 받도록 했다.
서울 S고교도 교장·교감·생활지도 주임교사 연석회의를 열어 문제학생이 흉악범이나 전과자가 아닌 이상 스승이 제자를 처벌하라고 사직당국에 명단을 줄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같은 사실을 경찰에 통보했다는 것.
이 학교 생활지도주임 하모 교사는 서울시교위산하 지구별 학생지도주임회의에서 도 시교위의 지시가 있기 전에는 문제학생의 명단을 경찰에 통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I고교는 지난 26일 경찰의 명단통보 요청을 받고 두 차례 직원회의를 열었으나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생은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이 교육적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학교에서 선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방침을 세웠다.
I고교에 따르면 흡연·장기결석 등 요선도 학생이 각반에 5∼6명씩 있어 명단까지 작성돼였으나 지도부·상담실에서 자체 선도하고 명단통보를 않기로 했다.
▲서울 영동고 교감 황기택씨=불량서클 가입자나 교내에서 폭력으로 말썽을 빚은 학생은 교칙에 따라 처벌되고 계속 교사의 선도를 받게되므로 굳이 경찰의 관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울고 교감 최은석씨=학생문제는 물리적인 제재보다 학생 스스로 깨달아 행동의 교정을 가져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과적으로 제자의 잘못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과 같은 이 조치는 교육자격양심에서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경관계자는 최근 청소년과 학생들의 각종 범죄유형이 성인과 같이 흉포·상습화되어가고 있고 그들로부터 피해를 보고도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조차 못하는 사례가 많아 이들에 대한 강력한 제가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학교측의 입장도 이해는 가나 중·고교 안의 서클이나 비행학생은 학교가 그 어느 기관보다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학교자체의 선도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경찰에 통보해주는 것이 바탕직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시교위는『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무조건 의법 처리하는 것은 교육적인 견지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 『가정과학교에서 선도할 수 있는데 까지 지도를 하고 도저히 선도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되는 학생만 경찰에 명단을 넘겨주며 그 기준은 학교강의 재량에 맡긴다』는 조건부협조방침을 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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