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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외악재 이겨낼 경제의 기초체력 보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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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초부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15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최저환율제 폐지 발표로 유로화에 대한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한때 41%나 치솟으면서 국제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주요 국가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에서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원화가치가 급등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최저환율제 폐지는 비록 전격적으로 발표되기는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할 조치는 아니었다. 스위스는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을 최저환율로 설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유로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환율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치른 데다 앞으로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를 단행할 경우 그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저환율제 폐지는 그런 부담을 덜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스위스의 최저환율제 폐지는 유로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는 유로존의 침체가 계속될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즉 스위스의 최저환율제 폐지로 촉발된 국제외환시장의 불안은 유로존의 경기부진과 나아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전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달러화 강세와 유로화 약세 기조가 계속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외환시장과 주식시장도 그 파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칫하면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 바람에 휩쓸려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이를 버틸 체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그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9%는 물론 정부 예상치 3.8%보다도 훨씬 낮은 3.4%로 고쳐 잡았다. 올해 우리 경제가 회복될 만한 체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이럴수록 만일의 위기에 대비하면서 체질개선을 통한 기초체력 보강이 절실하다. 내수 확충과 경제의 구조개혁에 더욱 매진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