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백만t의 철강생산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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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항제철은 이제 9백만t의 설비능력을 갖춤으로써 세계 제12위의 단일철강공장으로 자리잡았다.
70년4월 1백3만t의 1기설비를 착공한 이후 13년간 4기의 확장공사를 거듭하는 동안 8백50만t의 능력을 갖추었고 이번에 다시 고로의 증설 없이 일부 부대설비의 신설·개체·보수만으로 25일부터 9백만t규모에 이르게 된 것이다.
포철의 설비능력 확장은 설비증설의 완결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모든 관련설비의 유기적인 연결이 완전히 이루어져 품질·생산성·생산기술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데 뜻이 있다.
한국에서의 철강산업이 과연 자리잡을 수 있느냐 하는 주요 철강생산국의 주시 속에서 경제단위가 아니라는1백만t 규모로 국제경쟁력을 길러낸 포철의 족적을 되돌아 볼 때 이제 9백만t의 조강생산 능력보유는 그대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경기의 침체를 반영하여 81년 세계조강 생산량이 80년에 비해 4·5%가 줄어든 것이 세계철강산업의 현주소다.
그에 따라 82년 중 세계 철강산업의 가동율은 66%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포철은 78년 이후 완전가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기술까지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제 포철의 완성을 계기로 한국철강산업에 걸려있는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철강산업의 발전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철강산업이 위축되고 있으나 그것은 설비의 노후화와 그로 인한 생산성의 저하가 주인이다.
고도기술산업시대에 들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 기초소재가 철강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끊임없는 시설개체와 기술혁신을 해나간다면 철강산업의 미래는 계속 밝아지게 된다.
포철의 경영실적이 그러한 가능성을 입증하고도 있다.
지금 포철을 비롯한 철강업계는 재무부의 관세조정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재무부는 철광석·유연탄 등의 수입에 새로이 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안을 내놓고 있다.
철강업계는 모든 산업의 기초소재인 철강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함으로써 업계자체의 부담증가는 물론이고, 그 영향이 광범위하게 미쳐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조차 영세율을 적용하는데 우리가 관세를 건다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있는 철강산업의 실정과 물가안정, 국제경쟁력 강화 등의 요구에 비추어 철강업계의 관행철폐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포항에는 광양제철소의 건설이라는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광양제철소건설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추가적인 관세부담은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철의 성공적인 경영은 그대로 국제신임도를 높여서 구주의 철강업계가 광양제철소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의 철강산업 발전에 위협을 느끼고 협력을 주저하는 동안구주는 한국과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의 하나가 오스트리아의 국영기업인 「뵈스트알파인」이 광양제철소결공장 등에 1억7천5백만달러의 차관을 연리 6·75%, 3년 거치 15년 분할상환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밖에도 서독·영국 등의 주요 철강기업이 광양제철소에 참여할 기회를 찾고 있다.
이러한 국제신임도를 한층 다져주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신임도가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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