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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저터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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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사람들은 유독 해저터널에 관심이 많다. 장장 53·9㎞(해저부분 23㎞)의 세계최장 세이깐(청함=청삼∼함관) 해저터널을 기어이 뚫어 놓은 것도 일본사람이다. 72년 착공, 올해 개통. 11년의 대역사였다.
일본은 벌써 1920년대부터 해저터널을 궁리했었다.
일본과 한반도, 일본과 사할린을 연결하는 터널. 그 시절의 기술수준으로는 엄청난 꿈이요, 야심이었다.
물론 속셈은 대륙 침략의 길을 바다 위 아래로 닦아 무소불통하려는데 있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섬나라 사람들의 콤플렉스인지도 모른다. 바다는 어딘지 단절감을 준다. 육지와 육지가 맞닿아야 한결 연결감이 드는 모양이다.
해저터널의 아이디어는 이미 영∼불 사이에도 있었다. l802년 「나폴레옹」이 착안, 「매시우」라는 사람이 설계까지 했다. 그 터널을 뚫을 수 있는 도버해협의 거리는30마일(48㎞).
이들 두 나라 사이에선 웬일인지 프랑스쪽이 터널에 관심이 크다. 지난 2세기동안 줄곧 설왕설래했지만 영국은 번번이 「노 댕큐」. 내심 대륙쪽에 침공의 길을 터주는 결과가 될 것을 두려워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은 지난 자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영·불 협력의 새 유럽시대를 여는 심벌로 터널을 뚫자』고 제의, 영국도 이에 동의했었다.
문제는 20억달러의 공사비다. 영국은 상업차관으로, 프랑스는 EC의 지불보증에 의한 공공차관을 내세우고 있다. 이쯤 되면 성사는 시간문제다. 공사기간은 지금의 기술수준으로 8년쯤 예상한다. 우선은 철도터널을 구상하고 있다.
일본의 세이깐 해저터널은 U년 동안 인명피해가 30명 정도였다. 부상자는 7백명이 넘었지만 공사의 어려움으로 보아 그만 하면 안전관리가 잘 된 것 같다. 바다 깊이 1백40m, 다시 그 지하로 1백m, 수면하 총2백40m의 터널공사를 생각하면 말이다.
해저터널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질이 약하다. 암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도 균열이 많아 내려앉기 쉽다. 게다가 윗부분에서 스며 나오는 물줄기의 처리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폭약의 폭파가스, 인체와 갖가지 내연기관의 배기, 갱목과 유기물의 산화암분, 땅에서 분출하는 가스, 30도가 넘는 지열, 1백%의 습기 .해저터널공정의 작업환경은 살아 있는 지옥과 다를 바 없다.
가히 인간의 집념과 능력을 시험하는 최악의 역사다.
요즘 그런 해저터널을 대한해협에 뚫어 한·일 두 나라의 통로를 만들자는 구상이 일본의 한 노학자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학박사인 「사사」(좌좌보웅)씨. 벌써 기초조사 단계에 착수, 우리측 학자도 몇이 참가하고 있다.
길이 1백91㎞, 공사비 추정 l백27억달러(3조엔)의 세기적 공사다. 아직은 환상 같지만, 대역사는 이렇게 시작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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